기사입력 2016-02-22 19:02:04
기사수정 2016-02-22 19:02:04
위협 받는 건보 재정
한의사 A(41)씨가 2010년 11월부터 운영한 경기 파주의 한 요양병원은 겉만 보면 다른 요양병원과 비슷했다. 하지만 노인 환자가 많은 일반 요양병원과 달리 교통사고 환자가 주로 이용했다. 5년간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만 633명에 달했다. 외래환자도 2000명이 넘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의 수사 결과 이 요양병원은 실제 운영자인 B(51)씨와 사무장 C(40)씨가 A씨와 합작해 세운 ‘사무장병원’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당청구한 요양급여 4억1000만원,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25억7000만원 등 총 30억원 가까이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전국의 의료기관이 7년간 부당청구한 총 진료비가 8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설립한 의료기관으로 설립 자체가 불법이다. 이곳에서는 환자의 치료보다 돈벌이용 과잉진료와 보험료 부당청구, 보험사기 등 다양한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사무장병원 등 의료기관의 재정누수 실태와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적발된 사무장병원은 836곳에 달한다. 이들이 부당청구해 환수결정된 금액만 8119억7000만원이다. 적발된 사무장병원은 2009년 6곳에서 이듬해 45곳, 2011년 147곳, 2012년 168곳, 2013년 152곳, 2014년 216곳 등으로 크게 늘었다. 2009년과 비교하면 6년 새 36배나 는 것이다. 부당청구액도 같은 기간 3억4700만원에서 3403억2800만원으로 980배나 불어났다.
특히 정부가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더라도 회수 금액이 점차 줄고 있다는 게 문제다. 환수결정액 대비 징수율은 2009년 97.7%에 달했지만 2010년 37.9%로 떨어진 데 이어 2011년 21.3%, 2012년 13.7%, 2013년 10.9%, 2014년 5.7%, 2015년 상반기 4.2%로 급락했다. “사무장병원이 지능화하면서 수익을 다른 사람 명의로 옮겨놔 적발해도 회수가 쉽지 않다”는 게 건보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대로 가면 사무장병원의 부당청구로 건보 재정까지 위협받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상시 감시체계를 활성화하고 징벌적 환수금 제도 등을 도입해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수사당국은 건보공단과 징수전담조직을 꾸려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