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2 18:59:26
기사수정 2016-02-22 21:56:21
아내가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낳은 것을 숨기고 결혼한 게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김모(41)씨가 아내 A(26)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혼인을 취소하고 A씨가 위자료로 300만원을 남편에게 주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국제결혼중개 업체를 통해 김씨와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으로 들어와 시집살이를 했다. 이듬해 A씨는 시아버지에게 성폭행 등을 당했고 징역 7년형이 확정된 시아버지의 재판과정에서 감추고 싶었던 자신의 행적이 드러났다. 이에 김씨는 A씨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줄곧 그런 사실을 숨겼다며 혼인 취소와 위자료 3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법상 ‘사기로 인한 혼인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법원에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A씨도 남편이 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자신을 방치했다며 위자료 1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으로 맞섰다.
대법원은 “원심은 임신과 출산 경위, 자녀와의 관계 등을 충분히 심리했어야 했다”며 “출산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내밀한 영역으로,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곧바로 민법상 혼인취소 사유가 될 순 없다”고 판단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