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2015년말 평화협정 비공식 논의

북, 뉴욕채널 통해 먼저 제안… 미 “비핵화 포함돼야” 거부 미국과 북한이 지난해 말 북한의 제안으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비공식 논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 국무부의 존 커비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북한이 먼저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했고, 우리는 그 제안을 신중히 검토한 후 비핵화 문제가 그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북한은 우리의 이 같은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북·미 비공식 논의는 미 국무부와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간의 대화 창구인 ‘뉴욕 채널’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일단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커비 대변인의 언급은 미국 정부가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북한 김정은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자 온라인판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평화협정 논의의 일환으로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데 북한이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여전히 비핵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만 기존의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 논의’라는 전제조건을 철회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커비 대변인의 논평은 WSJ의 이 같은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커비 대변인은 미국이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 논의’라는 전제조건을 철회했다는 WSJ 보도 내용을 부인했으나 미국 정부가 북한 측이 집요하게 요구해온 평화협정 문제를 북한과 논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교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논의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대북 대화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제안에 대해 비핵화 협상이 우선이고 평화협정 논의는 그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하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했고 논의는 결국 없었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한국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평화협정도 미·북 간의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 한국이 주도적으로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염유섭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