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걷어낸 새누리… 친박·비박 '진흙탕 싸움'만

여, 수도권 공천 면접 마무리 총선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부 파열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 내에서는 계파 간 날 선 신경전이 계속되고, 면접 대상자들은 서로 옆에 앉지도 않으려고 하는 등 기싸움을 벌였다. ‘민생경제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새누리당의 22일 살풍경이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이날, 회의장인 당 대표실 뒤 백보드에는 아무런 문구 없이 빨간색 배경만 놓여졌다. 이전까지는 ‘경제를 살리는 개혁’, ‘미래를 구하는 개혁’이라는 문구가 걸려있었다. ‘민생먼저’ ‘경제먼저’라고 적혀 있던 마이크 위 작은 패널도 사라졌다.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시지가 없는 것도 메시지다. 하나가 될 때까지!”라고 적었다.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 서초갑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이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면접을 마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이혜훈 전 의원, 조소현 변호사,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이재문 기자
정작 문구가 없는 배경 아래서 회의를 한 당 지도부는 이날도 상대를 향한 ‘말 화살’을 쏘아댔다. 신박(신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전날 자신이 공천면접을 본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에서 이번 총선 공천을 받으려면 누구나 다 평등하게 똑같은 조건에서 면접을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천 면접을 놓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이었다. 친박(친박근혜계) 김태호 최고위원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선출직 최고위원 및 이 위원장 등이 포함된 ‘8인회동’을 통해 공천룰을 다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 황진하 사무총장은 ‘3대 7(당원 30%, 일반국민 70%)’경선룰과 관련해 “맞지 않은 경우에 100%로 밀어붙이겠다는 언급 사례가 자꾸 발생해 많은 분들의 걱정과 분란을 일으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위원장을 향해 직격탄을 쏘았다. 김을동 최고위원이 화합을 당부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재문기자
김 대표는 최고위 중에는 공개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회의 후에 기자들과 만나 백보드 문구를 지운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 국민공천제를 확정했는데 지금 현재 공관위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 아마 ‘개혁’이라는 말을 쓰기가 부끄러웠던 모양”이라고 이 위원장을 꼬집었다. 김 대표는 공천 면접에는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위 회의로 인해 오후로 순연되어 치러진 공관위 면접은 1인 공천신청 지역을 제외하고 수도권 15개 지역(서울 9, 경기 6)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공관위 면접에 참여한 예비후보들은 같은 선거구 내 경쟁자들과의 신경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 서초갑의 이혜훈, 조윤선 예비후보는 서로 옆에 앉으려고도, 사진을 찍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서초을의 강석훈, 박성중, 이동관, 정옥임 예비후보와 경기 파주갑의 박상길, 정성근 예비후보도 면접에 참석했다. 이날 면접에서는 김 최고위원(서울 송파병)도 면접을 받았고, 공관위 부위원장으로 면접관인 황 사무총장도 경기 파주을 예비후보 자격으로 면접을 받았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