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어종 키우고 수산자원 복원… 바닷속 노다지 캔다

[바다에 길이 있다] 세계 해산물 거래 1위 ‘연어’ 양식나서
지난해 아시아 최초 연중 양식 이뤄내
올 700t 상업출하… 중국수출도 타진
2013년 우리나라에 수입된 캐나다산 연어(활어)의 ㎏당 가격은 무려 900달러에 달했다. 달러당 1230원의 환율을 적용하면 110만원가량이다. 요새 국내 금 6돈(22.5g) 시세와 비슷하다. 당시 미국산 필렛(연어살)과 싱가포르산 훈제 연어도 각각 ㎏당 111달러, 45.3달러나 됐다. 정부가 연어와 같은 고급어종 양식에 힘을 모으는 이유다. 해양수산부는 특히 명태 등 수산자원을 복원하고 크루즈산업 육성과 해양관광 활성화 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두 차례에 걸쳐 우리 해양산업의 현주소를 조망하고 경쟁력강화 방안을 모색해본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30㎏급 참다랑어들이 유영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지난해 세계인의 밥상에 가장 많이 오른 수산물은 연어다. 연어는 세계 해산물 거래 비중 1위로 알려져 있다. 세계 연어 소비시장은 2013년 627억달러(77조원대) 규모다. 연어는 구이나 샐러드, 훈제, 스테이크, 회, 찜, 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다. 23일 해수부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연어 소비량도 3만1000t(2억2000만달러 상당)이었다. 문제는 소비량의 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데 있다. 국내 생산량은 200t가량에 불과하다.

해수부는 연어 양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어는 찬 바닷물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한해(寒海)성 어종이다. 국내 바다에서는 수온 문제로 양식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작년 11월 ‘부침식 가두리 시스템’을 활용해 아시아 최초로 연어의 연중 양식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수온이 상승하거나 태풍이 오면 가두리를 수심 30m 아래로 내려 적정 온도에서 태풍피해 없이 연어를 생산할 수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 시장 테스트용 연어 1t을 시범출하했다. 올해는 국내 양식업체 ‘동해 STF’사에서 700t을 상업출하하고 대중국 수출 가능성도 점검한다. 해수부는 강원도 동해지역에 연어 양식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참다랑어 양식도 활기를 띠고 있다. 양식 참다랑어 판매가는 ㎏당 5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세계 참다랑어 시장은 1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중해 연안국과 호주, 일본을 중심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참다랑어를 양식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종자생산기술이 낮고, 국가 간 어획 쿼터 제한 등으로 자연산 종자를 일정하게 잡기 힘들다.

이 때문에 대부분 나라의 양식은 자연산을 잡아 일시적으로 축양(畜養)하는 형태다. 일본은 2002년 완전 양식에 성공했으며 2014년 1만4713t을 생산했다. 세계 참다랑어 양식(2013년 2만3551t)의 약 62%에 해당한다.

우리 정부도 2010년부터 참다랑어 양식연구에 뛰어들었다. 2011년 전남 여수 금어도에서 잡은 3㎏급 자연산 종자를 작년 8월 65㎏ 어미로 키우고, 이어 수정란을 생산해 양식용 종자를 확보했다. 종자를 어미로 성장시켜 자연산란에 성공한 것은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다. 해수부는 내년에는 종자→어미화→산란으로 이어지는 ‘완전양식’을 일궈내고, 2018년부터 양식 참다랑어(30㎏ 이상)를 출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참다랑어 양식으로 인공종자 10만마리를 양식어가에 보급하면 21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1000억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해수부는 분석했다.

명태는 무분별한 어획으로 씨가 말라 동해에서 잡기 힘들다. 1980년 7만4000t에 달했던 동해 명태 어획량은 2007년 이후에는 1∼2t에 머물고 있다. 해수부는 2014년부터 강원도해양심층수센터, 대학 등과 연구협력체제를 구축해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해수부는 지난해 명태 치어 3만9000마리를 10개월간 20㎝까지 키웠다. 이 중 1만5000마리는 강원 고성군 연안 해역에 방류했다. 또 어미명태 7마리를 육상 수조에서 사육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명태의 인공종묘 생산기술 확보와 지속적인 방류로 2020년부터는 국산 명태를 맘껏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2012년 이후 3년째 하락하고 있는 수산물 수출 확대에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올해 42억원을 투자해 해외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수산식품을 만들고 유통·가공기술을 개발한다. 지역별 수산물의 가공상품화·유통·수출을 연계하는 수산식품 거점단지를 9곳으로 늘린다. 원활한 통관·물류망을 구축하고, 우리 수산물 공동 브래드인 ‘K-Fish’의 홍보·마케팅도 벌인다. 창업지원센터에서는 젊은 인재의 창업→아이디어 상품화→수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해수부는 이를 통해 수산물 수출액을 지난해 19억3000만달러에서 내년 30억달러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어업인 복지는 대폭 강화된다. 해수부는 섬 주민의 소득을 보전하는 조건불리수산직불제 대상 어가에 제주도 본섬을 포함하고, 단가를 올해 어가당 50만원에서 2020년에는 7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사고나 질병으로 움직일 수 없는 어가에 어업활동을 돕는 ‘어가도우미’ 지원 일수를 기존 2일에서 10일까지로 늘린다. 낙도 어업인들이 작업 도중 비·바람을 피하고, 작업복 교체·기자재 보관 등을 할 수 있는 어업인 안전쉼터를 올해 20개소 조성한다. 어업인 건강증진을 위한 ‘어업안전보건센터’ 지원금을 개소당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증액한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