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난항… 야 '시간 끌기' 방어

정의화 의장 직권상정 돌입… 더민주, 필리버스터 맞서 / 지역구 253석 선거구안… 26일 본회의서 처리 합의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국가정보원에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감청·계좌추적 등 정보수집권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테러방지법 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했다.

이에 야당은 이 법안의 본회의 표결을 막기 위해 밤새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무제한 토론)를 이어갔다. 야당이 필리버스터의 ‘장기전’을 예고해 여야가 합의한 오는 26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방침에 반발한 야당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대거 불참하면서 본회의장이 텅텅 비어 있다.
이재문 기자
정 의장은 이날 오후 6시50분 본회의를 개의한 후 “지금은 국민안전 비상상황으로, 북한의 위협은 물론 국제 테러리즘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 차원에서도 테러방지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본회의에 직권으로 상정했다.

본회의가 시작되자 오후 7시5분부터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등이 반대토론을 이어갔다. 더민주 의원 107명은 이날 오후 국회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김 의원은 “무소불위 국정원에 국가비상사태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무차별적 정보수집권과 조사권을 부여해 괴물 국정원 만들려는 의도가 뭐겠느냐”고 따졌다.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아랫줄)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의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발언하는 동안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윗줄 왼쪽)가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재문 기자
더민주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무제한 토론은 쉽게 안 끝날 것”이라며 “다음달 5,10일까지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테러방지법은 다음달 10일 끝나는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도 어려워진다.

새누리당은 야당을 강력 비판했다. 김용남 원대대변인은 “필리버스터를 하는 동안 다른 안건을 상정할 수 없는데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지 말자는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김무성, 김종인 양당 대표가 23일 국회의장실에서 정의화 의장과 쟁점법안 처리 논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앞서 정 의장은 이날 테러방지법에 대해 심사기일을 지정하며 직권상정 절차에 돌입했고, 더민주는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까지 정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테러방지법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더민주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법사위 소집을 거부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정보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테러방지법을 상정했다.

새누리당 소속 주호영 국회 정보위원장(왼쪽)이 23일 정보위 전체회의실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방침에 반발해 모두 불참해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재문 기자
여야는 이날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기준으로 한 제20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에 합의했다. 인구기준일은 2015년 10월 31일로, 지역구 인구는 하한선 14만명·상한선 28만명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여야의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는 8석이 늘어나고 여당의 텃밭인 경북은 2석 줄게 됐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