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4 13:44:19
기사수정 2016-02-24 13:44:19
30여 년 간 어렵게 모든 1600만원을 기부한 80대 기초생활수급 할머니(82)의 외동딸(1984년 사망)에게 명예졸업장이 수여된다.
부산대는 개교 70주년을 맞아 26일 열리는 2015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이 할머니에게 명예학사학위 증서를 수여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말 현금 1000만원과 유언장을 들고 부산대발전기금재단을 찾아와 장학금을 기부한 데 이어 최근 600만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부산대는 그동안 사회 유명인사나 석학들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한 적은 있으나, 명예 학사학위를 수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할머니는 지난해 말 교통사고를 당해 거동이 불편한데다 신분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해 이날 학위수여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남편을 일찍 여윈 할머니는 딱히 친지도 없어 혼자 외동딸을 키우며 의지하고 살았다.
딸이 1980년 부산대 사범대에 합격하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던 그는 딸이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4학년 1학기(1984년)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깊은 절망에 빠졌다.
할머니는 그때부터 딸이 못다 이루고 간 학업의 한(恨)을 대신 풀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한푼 두푼 돈을 모아 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마음먹었다.
부산대 관계자는 “할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이 우리 사회 기부문화를 한 단계 높이고 기부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다”며 “할머니의 선행에 보답하고자 딸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명예졸업장 수여와 함께 할머니의 딸이 다녔던 부산대 역사교육과는 1600만원을 종자돈으로 최근 학과 장학기금을 설립했고, 교수와 동문들의 기금 출연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