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4 15:37:26
기사수정 2016-02-24 23:36:51
영화 ‘귀향’이 24일 개봉하자마자 실시간 예매율 1위로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작사 및 배급사 측은 “관객, 아니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귀향’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가장 꽃다웠던 청춘을 짓밟혀야 했던 할머니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조정래 감독이 무려 14년간 준비한 작품으로, 그가 2002년 ‘나눔의 집’(생존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 봉사활동을 갔다가 만난 강일출 할머니의 경험담을 스크린에 옮겼다.
‘귀향’은 개봉을 앞둔 며칠 전부터 ‘데드풀’ ‘주토피아’ 등 할리우드 외화들을 누르고 실시간 예매율 1위를 차지해 관객들의 큰 관심을 입증해 보였다. 개봉일인 24일 오후 3시30분 현재 실시간 예매율은 27.9%(영진위 집계)에 달했다.
순제작비 12억원의 저예산이지만, 메이저 영화사의 외면으로 그 마저도 녹록지 않은 여정이 계속됐다. 그러나 조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크라우드펀딩)로 영화는 빛을 보게 됐다.
배급사 와우픽쳐스는 ‘귀향’이 당초 400~5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현재 7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홍보사 시네 드 에피 김주희 대표는 “영진위 집계상으로는 700여개 스크린이지만, 시간대별로 교차 상영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귀향’만 오롯이 상영되는 스크린은 500여개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귀향’은 개봉 직전까지만 해도 스크린 수가 확정되지 않아 애를 먹은 작품”이라며 “그런데 실시간 예매율 1위에 오르자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관을 하나둘 내주기 시작했고, 관이 늘어날 때마다 동시에 예매율도 올라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고무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귀향’은 개봉 전부터 온라인상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 “역사를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등 자조 섞인 움직임이 일며 ‘온 국민 필람영화’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울 대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역사교사 최태성씨는 사비로 영화관 1곳을 빌려 ‘무료관람’ 이벤트를 개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귀향’은 감독님이 14년간 공들인 작품이고 메이저 영화사들의 외면으로 인해 국민 후원으로 완성됐다”라며 “특별한 마케팅을 한 것은 없다. 관객들이 먼저 나서서 ‘귀향’을 봐야 한다고 외치는 움직임이 예매율 1위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태생적으로 상업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보니 조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그 어떤 작품보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상영관을 못 잡을까 걱정하면서도 생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어느 한 분에게도 상처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된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관객들이 먼저 알아봤다. 가슴 아픈 역사지만 할머니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먼저 건네고 그분들의 마음을 치유해 드리자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귀향'이라는 영화 한 편이 빚어내고 있는 기적이 우리 사회에 어떤 울림을 가져다줄지 기대가 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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