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책상치며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막힌 현상"

국민경제자문회의서 국회 강력 비난
10여차례 책상 치며 법안 지연 성토
“선진화법이 망국법” “민주주의 수호”
여야, 필리버스터 놓고 대립 격화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무제한 토론)로 테러방지법 처리를 지연시킨 데 대해 작심한 듯 10여차례 책상을 내리치며 “국회가 다 막아놓고 어떻게 국민한테 또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느냐”며 국회를 맹비난했다.

박근혜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쟁점법안 미처리 상황을 언급하고, “정말 자다가도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많은 국민이 희생을 치르고 나서 통과를 시키겠다는 얘기인지, 이건 정말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야당을 성토했다. 이어 “국민에게 얼마든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들은 안 하고,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해서, 국민이 지지해서 뭐를 할 겁니까”라며 “똑같은 국회의 형태를 바라본다는 것은 국민들로선 똑같은 좌절감밖에 가질 수 없는 일”이라고 총선 심판론을 제기했다. 특히 국회 비판 대목에서 손날로 책상을 수차례 ‘쿵쿵’ 내리쳤고, 목청도 한껏 올라갔다. 날선 비판에 호흡이 가빠져 10여초간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필리버스터를 놓고 여야 대립도 격화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어차피 처리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도 야당 필리버스터 생중계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가 총선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야당에 마이너스(가 될 것)”라고 큰소리쳤다. 그러면서 “(필리버스터를 막을) 방법이 없지 않으냐. 국회선진화법이 얼마나 망국법인지 우리 스스로 체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무제한토론은 다수당의 횡포와 독주로부터,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와 의회주의의 핵심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하나의 투쟁 수단”이라며 “과반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의회독재를 막아내기 위한 야당 최후의 보루”라고 옹호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