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삼성화재… ‘명가 DNA’ 살아있네

PO 진출 탈락 위기서 3강 직행 ‘눈앞’
수년간 숱한 도전자들을 물리친 삼성화재의 ‘강팀 DNA’가 위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2월 초만 해도 ‘봄 배구’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매서운 뒷심으로 승승장구하며 이제는 3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넣기 직전이다. 시계를 약 3주 전인 2일로 돌려보자.


당시 삼성화재는 승점 45(16승11패)로 4위로 뒤처졌다. 당시 3위를 달리던 대한항공(승점 52, 17승11패)과의 승점 차는 7. 준플레이오프 성사 조건은 3, 4위 승점 차 3 이내지만 이조차 힘겨워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독일 특급’ 괴르기 그로저마저 무릎 건염으로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어떤 팀인가.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봄 배구 개근은 물론 지난 시즌까지 11번 치러진 챔피언 결정전에도 빠짐없이 참가해 8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절대지존’이다. 오랫동안 다져진 강팀의 내공은 위기에서 드러났다. 패하면 승점 10 차이로 벌어져 사실상 포스트시즌 탈락 위기에 몰릴 수 있었던 3일 대한항공전. 삼성화재는 이 경기에서 승리한 뒤 4승1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더구나 OK저축은행, 대한항공 등 순위 경쟁팀들을 모조리 잡아냈다. 24일엔 최근 상위권팀들을 심심찮게 잡아내며 ‘고춧가루 부대’로 변신한 한국전력마저 3-1로 꺾으며 승점 60(21승12패) 고지를 정복했다. 대한항공(승점 55, 18승15패)이 24일 인천에서 우리카드를 3-0으로 꺾고 7연패에서 탈출해 승점 차를 5로 줄였지만, 준플레이오프 성사 여부에 대한 칼자루는 아직 삼성화재가 쥐고 있다. 불과 3주 만에 전세를 완전히 돌려놓은 삼성화재의 괴력이 새삼 돋보인다.

최근 삼성화재 상승세의 주역은 단연 그로저. 무릎 통증으로 절뚝거리면서도 폭발적인 타점과 힘을 앞세운 고공 스파이크와 V-리그 역대 최강급인 서브로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차출 등으로 5경기에 결장했음에도 득점 1위(986점)에 올라있을 정도로 그로저의 득점력은 ‘군계일학‘이다. 아울러 서브득점 96개(세트당 0.85개)를 올려 역대 최초로 한 시즌 서브득점 100개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로저의 득점 1위라는 기록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삼성화재가 그로저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24일 한국전력 승리는 삼성화재에게 큰 수확이다. 이날 그로저는 평균 35.2점을 올리던 득점력에는 훨씬 못 미치는 19점에 그쳤다. 공격 성공률도 31.82%에 머물렀다. 예전 같으면 그로저의 부진은 곧 패배를 의미했지만, 삼성화재는 무려 16개의 블로킹과 지태환(15점), 류윤식(11점) 등 토종 공격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승리를 따냈다. 그로저의 폭격과 토종 선수들의 뒷받침이 조화를 이룬다면 12번째 챔피언 결정전 진출도 마냥 꿈만은 아니다.

한편 여자부 3위 경쟁의 향방을 가를 맞대결로 주목받았던 24일 인천 경기는 흥국생명이 주전 네 명이나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고른 활약을 앞세워 GS칼텍스를 3-1(25-20 23-25 25-15 25-20)로 꺾었다. 흥국생명은 승점 44(16승12패)로 GS칼텍스(승점 39, 12승15패)와의 격차를 벌리며 3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