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유통가 '최저가 전쟁'…휴지·생수로 확대?

'무게·부피·구매 빈도' 고려한 생필품으로 확대 전망  
지난 18일 이마트 용산점. 사진=이마트.
이마트가 온라인몰과 소설커머스를 대상으로 기저귀에 이어 분유까지 최저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선포하면서, 유통가의 최저가 전쟁이 휴지나 생수 등 생활필수품으로 번져갈 전망이다.

유아동 제품을 비롯해 생수, 휴지, 섬유유연제 등은 쿠팡 등 온라인채널이 강세를 보인 품목인데,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은 온라인 채널에 빼앗긴 소비자를 되찾겠다며 '최저가 전선'을 확대할 조짐이다.

최저가 전쟁의 발단은 이마트가 지난 18일 하기스 매직팬티 박스형, 마미포코 팬티 박스형 등 총 4종을 업계 최저가로 판매한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마트는 이들 기저귀 품목을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동종업계는 물론, GS샵, CJ몰, 현대H몰,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온·오프라인 대표업체의 주간 가격을 추적, 상시 최저가로 제공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마트는 23일 남양·매일·일동·파스퇴르의 분유 총 15개 상품을 전 유통채널 중 최저가로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분유 특성상, 한번 선택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사실상 전 단계에 대해 최저가를 내걸었다.

롯데마트도 일부 분유 품목에 대해 최저가를 선언하며 이마트에 맞불을 놓았다. 이 회사는 18일 '남양 임페리얼XO(800g x 3입)' 3단계와 4단계 2종에 대해 최저가 판매를 선언한 데 이어, 25일부터는 '파스퇴르 귀한 산양분유 및 유아식'의 유통 채널을 롯데닷컴, 롯데아이몰(롯데홈쇼핑)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소셜커머스 업계도 즉각 대응했다. 24일 오후 5시 현재 쿠팡이 제시한 '임페리얼XO 3단계(800g, 3개입)'의 가격은 5만 4580원으로, 같은 시각 이마트가 제시한 가격(5만 4600원보다) 20원 싸다. 이마트는 주간 최저가격을 제공하기로 선언한 터라 향후 추가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
24일 오후 5시 현재 '임페리얼XO 3단계(800g, 3개입)'의 가격은 5만 4580원으로, 같은 시각 이마트가 제시한 가격(5만 4600원)보다 20원 싸다.  사진=각사 캡쳐.
쿠팡 관계자는 "모든 유통채널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이마트 등과의) 가격차는 거의 없다"며 "이미 밝혀온 상시 최저가를 지향하자는 정책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유통업권 내에서 벌어지는 가격전쟁을 당분간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육아필수품에서 촉발된 최저가 전쟁이 생필품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부피가 크거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제품 중 반복구매가 잦은 품목이 대상이다. 분유, 기저귀 등 유아용 제품을 비롯해 생수, 휴지, 세탁세제 등이 대표적인데, 이런 품목들은 대형마트가 소셜커머스 등과 비교해 경쟁열위에 놓인 영역으로 꼽힌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저가로 판매할) 품목이나 시기는 내부 검토 중"이라며 "고객들이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생필품은 (가격 인하시) 큰 반응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향후 최저가 발표 품목은 기저귀 등 유아용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생필품 등에서도 최저가를 제공하겠다는 걸 목표로 내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회 경제학부 교수는 "부피가 크고 무거운 품목은 쿠팡 등 온라인 기반 채널이 대형마트에 비해 훨씬 경쟁력이 높다"며 "온라인 채널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대형마트로서는 오프라인 쇼핑이 불편한 휴지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가격대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와 별개로 유통업계의 전방위경쟁은 배송전쟁으로도 이어질 조짐이다.  이마트는 23일부터 자사의 두 번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김포센터를 본격 가동했다. 김포센터의 하루 처리 상품수는 5만 개로 경기도 용인의 보정물류센터(2만 개)의 2.5배다.

쿠팡은 작년 말 물류센터의 수를 현재 14개에서 내년까지 21개로 늘리고, 쿠팡맨을 채용을 통해 '로켓배송'을 확대하는 데 1조5000억원을 쓰기로 발표한 바 있다. 이정희 교수는 "업체별로 배송에 뒤따르는 비용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에 향후 유통업계에서 물류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