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4 18:27:10
기사수정 2016-02-24 21:43:36
미 태평양사령관 “사드로
한·미 틈새 벌리기는 부당”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두고 한·미 대 중국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외교부는 24일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를 초치해 사드와 관련한 한·중 관계 파탄 경고 발언 경위를 파악했다. 외교부 김홍균 차관보는 이날 오후 추 대사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불러 추 대사의 더불어민주당 방문 관련 보도 내용에 관해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논의라는 표현을 썼으나 사실상 추 대사의 발언에 대한 항의성 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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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외교부에 따르면 추 대사는 더민주 방문 경위, 실제 언급 내용, 보도 내용의 정확성 등에 대해 우리 측에 성의 있게 해명하고 이번 사안의 민감성에 대하여 이해를 표시하면서 “주한 대사로서 한·중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추 대사는 자신의 발언이 의도와 달리 보도됐다고 설명했으며, 정부는 추 대사가 본국 훈령을 받아 발언한 것은 아니라고 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추 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화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이 끝난 뒤 일부 한국기자들과 만나 “추 대사가 중국 측의 원론적인 반대 입장을 전달하려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례브리핑에서는 “사드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청와대는 추 대사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증대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자위권적 차원의 조치로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고 중국 측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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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끝낸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이기는 하나 그동안 외교·안보 사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고강도 대응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외교부도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를 제기하려면 그러한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근원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국가의 안위, 국민 안전의 측면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사안으로 주변국이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국 측도 중국을 비판했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23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이 한국 방어를 위한 미사일 시스템을 이용해 한국과 미국 사이의 틈새를 벌리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진정 우려하고 관심이 있다면 중국이 북한 문제에 개입해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청문회에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현행 패트리엇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사드 배치의 타당성을 논의하기 위한 양국 공동실무단의 협의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승·염유섭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