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5 20:04:38
기사수정 2016-02-25 20:04:38
여자프로배구 ‘3위 굳히기’ 돌입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마지노선인 ‘3위 굳히기’에 나섰다. 그 중심엔 2년차 레프트 이재영(사진)이 있다.
흥국생명은 6라운드를 앞두고 기존 외국인 선수 테일러를 발바닥 부상으로 퇴출시키고 알렉시스를 데려왔다. 그러나 알렉시스의 포지션이 센터라 해결사 역할은 이재영이 도맡아야 했다. 게다가 상대팀들은 이재영의 예봉을 꺾기 위해 목적타 서브를 집중시키면서 이재영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상대의 집중견제가 에이스의 숙명이지만, 이제 프로 2년차에 접어든 이재영이 짊어지기엔 너무 큰 짐인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일 최하위인 KGC인삼공사에 0-3으로 완패했을 때도 이재영은 팀내 최다인 14점을 올리긴 했지만, 공격성공률은 20%대에 그쳤다.
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꼭 이겨야 하는 24일 인천 GS칼텍스전에서 이재영은 부담감을 떨쳐내고 예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팀에서 가장 많은 32개의 리시브를 받아냈고, 디그도 9개를 기록하며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크게 공헌했다. 흥국생명은 블로킹 3개 포함 19점을 쓸어 담으며 맹활약한 에이스 이재영의 활약을 앞세워 3-1로 이겼다. 이날 만약 패했다면 3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몰릴 수도 있었던 흥국생명은 승리와 함께 승점 3을 챙겨 승점 44(16승12패)로 4위 GS칼텍스(승점 39, 12승15패)와의 격차를 벌리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흥국생명은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4를 챙기면 GS칼텍스의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다섯 시즌 만의 ‘봄 배구’ 진출을 확정 짓는다.
이재영이 제 기량을 찾은 것은 현대건설에서 뛰는 쌍둥이 동생 이다영(현대건설) 덕분이다. 이재영은 “다영이가 전화를 걸어오더니 ‘너답게 배구를 해. 뭐가 무서워서 그렇게 울상으로 경기를 하냐. 평소처럼 즐기면서 해’라고 하더군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소속팀도 다르고,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크지만, 쌍둥이 언니의 부진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이다영의 충고가 이재영을 각성시킨 셈이다. 약관의 나이에 팀의 운명을 짊어진 이재영의 활약에 힘입어 흥국생명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