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집중해부②]은행? 증권사? 어디가 좋을까

은행, 접근성·상담 노하우 ‘강점’
증권사, 투자운용 노하우 비교우위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고객 유치를 위한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뜨겁다. 일부에서는 과열경쟁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렇지만 정작 상당수 소비자들에게 ISA는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한 계좌로 다양한 상품에 개인자산을 투자하고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내용도 복잡하다. 이에 소비자들이 ISA와 관련해 궁금해 할만한 내용을 5개 꼭지로 나눠 정리했다.

 
ISA를 취급할 수 있는 금융회사에는 보험사도 포함돼 있지만 상품의 성격상 은행과 증권사가 고객 유치를 놓고 혈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 증권사는 벌써부터 자동차, 골드바, 상품권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고객을 유혹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 신탁업자를 선정할 수는 없다. 우선 은행과 증권사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부터 헷갈린다.   

ISA는 최소 5년 이상 가입해야 하는 장기투자상품이기에 수익률, 안정성, 편의성, 신뢰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자신에 맞는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은행은 접근성과 상담 노하우가 우수하고, 증권사는 투자운용 노하우가 강점으로 꼽힌다. 

◇항상 방문하던 곳에서 ISA도 상담 가능

은행은 타 금융사에 비해 압도적인 접근성을 자랑한다. 집이나 회사 근처 등 어디서든 은행 지점을 찾을 수 있다. 각 은행의 전국 지점 수를 합하면 7000개가 넘는다. 전국 지점이 약 1200개에 불과한 증권사와는 레벨이 다르다.

따라서 은행을 선택하면 ‘시간’과 ‘접근성’ 측면에서 큰 편의성을 누릴 수 있다. 굳이 지점을 힘들게 찾지 않아도 되고 평소 자주 방문하던 은행 지점에 은행업무를 보러갔다가 ISA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또 주가 변동 등 금융상황 변화에 따라 ISA 계좌 내 상품라인업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 때도 대응하기 편리하다. 

은행의 또 다른 장점으로 ‘상담 노하우’가 꼽힌다. 현재 각 은행이 수십~수백 개의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천명의 프라이빗뱅커가 상주하고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고액자산가 등에게 자산관리 상담을 제공해왔기 때문에 상당한 상담 노하우를 갖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일반 은행원들도 고객과의 상담이 주 업무라 언제든 친절하고 세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주거래은행에서 ISA에 가입할 경우 (은행이) 해당 고객의 성향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갖고 있어 효율적인 상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은행은 투자일임업을 해본 적이 없어 아무래도 일임형 ISA 설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투자운용 노하우가 풍부한 증권사보다 투자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은행에 투자일임업이 허용되는 것은 빨라야 다음달말이 될 전망이다. 그 전에는 은행에서 일임형 ISA에 가입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는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전 금융권에서 제일 우수한 상품이 몰린다”며 “일임형 ISA도 당연히 잘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자사의 상품을 은행 지점에 밀어 넣으려고 무척 애쓴다. 이유는  은행의 압도적인 접근성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 지점을 방문하면 해당 은행은 물론 다른 금융회사의 ISA를 비교해 본인에게 유리한 상품을 가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높은 수익률 제시하는 증권사

증권업계의 장점으로는 누구나 투자운용 노하우를 꼽는다. 증권업 자체가 고객 투자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상품 운용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주식, 펀드, 채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상품을 다뤄왔다”며 “따라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능력이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주가 등 금융상황에 맞게 자산배분을 해 수익을 극대화 하는 ‘리밸런싱’ 능력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은행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진상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증권사들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형 상품을 다양하게 구성해 운용해본 경험이 많다”며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은행보다 증권사 ISA가 수익률 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 금융권이 경쟁하는 퇴직연금 분야에서 증권사는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자랑한다. 최근 7년간 연 평균 수익률이 3.79%로 금융권에서 제일 높다. 은행은 평균 3.24%로 증권사보다 0.55%포인트나 낮다.

이는 그만큼 증권사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잘 짜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증권사는 은행에 비해 고객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세밀한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많지 않은 지점을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 또 증권사는 투자운용 인력은 많아도 상담능력을 갖춘 직원은 많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증권사는 은행보다 고객과의 밀착도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금융투자협회와 21개 증권사가 함께 만든 ‘증권사와 이사(ISA)하라’ 광고의 ‘이사’란 문구도 ‘ISA’를 뜻하는 것과 ‘동시에 은행을 떠나 증권사로 이사하세요’라는 의미를 품은 듯 하다”고 덧붙였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