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7 03:00:00
기사수정 2016-02-26 19:09:36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를 앞두고 딸들과 동네서점을 찾아 책을 고르곤 한다. 이를 두고 이미지 정치 한다는 비아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동네서점의 커다란 틈새를 메울 수 있고, 이런 소식이 대중 매체로 전해지면서 미국 국민의 독서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굳이 통계를 대지 않아도 책 보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대신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독서문화의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는 동네서점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반면 스마트폰을 통해 공급되는 대량의 소비성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새로운 형태의 서점 모형이 속속 출현하고 있어 참으로 반갑다. 서울 홍대역 주변에는 젊은이 문화의 특성에 맞는 책들을 모은 ‘땡스북스’, 작은 강연회와 콘서트가 열리고 함께 책도 볼 수 있는 ‘북바이북’, 충북 괴산의 ‘숲속작은책방’, 제주도의 ‘라바북스’, 천안의 ‘소소한책방’ 등이 그것이다.
대형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동네서점들을 거론한다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서점은 무릇 이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동네 사랑방에 가듯 가벼운 옷차림으로 이웃 사촌을 만나듯이 서점 주인과 일반 독자들을 만나고 책 이야기를 나누는 곳. 자신의 취향을 잘 아는 주인이 추천하는 책을 만나거나, 우연히 진열된 책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발견하는 곳. 그러다 내 삶을 흔들고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 책을 만나는 곳….
집 근처에 슈퍼마켓이 없어 라면 하나를 사기 위해 멀리 떨어진 대형마트까지 가야 한다면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슈퍼마켓과 대형마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공존할 때 소비자의 편익도 더해진다. 서점도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뜻 있는 사람들이 만든, 작지만 개성 있는 이 같은 이색 서점들의 등장은 침체된 독서, 출판유통 시장에 단비처럼 반갑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에도 기존 동네 서점들에 변신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학습서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단행본들을 구비하거나, 행인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도록 근사하게 매장을 바꾸어야 하지만, 오랫동안 계속된 경영난은 변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각개 기관에서 다양한 지원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좀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수현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