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폐선부지 상업개발 놓고 마찰

레일바이크 등 관광시설 설치 추진/“사유의 길, 놀이공원 전락할라”시민단체·학계 등 반발 목소리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인 해운대 미포∼송정동 구간(4.8㎞)에 대해 레일바이크 설치 등 상업개발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단체, 학계 등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화에스엔씨컨소시엄은 25일 부산롯데호텔에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개발을 추진할 특수목적법인인 ‘해운대블루라인㈜)’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 특수목적법인에는 사업주관사인 한화S&C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블루비치호텔, 홍익여행, 삼진지디에프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출자규모는 53억원이다. 해운대블루라인은 미포, 달맞이 고개, 청사포, 구덕포, 송정 등 5개 관광거점을 중심으로 풍경 열차, 레일바이크, 전망대, 카페와 공방거리, 호텔 등 관광진흥시설을 설치하는 개발계획을 제안했다.

해운대블루라인은 앞으로 부산시 등 관련기관과 협의를 거쳐 사업계획을 확정한 뒤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이행하게 되며,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연말쯤 완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공사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레일바이크 설치 등 상업개발을 시도하는 것은 해운대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해창 경성대(환경공학과) 교수는 “문제의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은 걸으면서 부산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사유의 길’인데 레일바이크가 들어서면 에버랜드 같은 놀이공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공공성을 살리는 방안을 민관협치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몽 부산시민센터장은 “눈앞의 이익 탓에 급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가 혹시 실패라도 하면 그곳을 예전처럼 되돌릴 수 없다”며 “근대문화유산의 가치와 관광활성화의 가치를 한꺼번에 실현하려면 시민 여론부터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선부지 상업개발에 반대하는 ‘해운대기찻길과 친구’의 최수영 집행위원장은 “민자사업자가 상업개발을 추진하는 동안 시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폐선부지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 개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계획서를 제출하면 철저히 검토해 시의 방향과 배치되는 난개발 계획을 막겠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