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묘비’ 43년 만에 제자리 찾다

도산 기념관 지하에 보관하다 망우리공원 본래 묘터로 옮겨/ 시설공단, 3·1절에 제막식 개최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지하에 잠들어 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옛 묘비가 43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26일 서울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도산공원의 도산안창호기념관에 있던 이 묘비는 지난 24일 본래 위치였던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 도산묘터로 옮겨졌다.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지하에 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옛 묘비가 지난 24일 43년 만에 원래 위치인 중랑구 망우리공원으로 옮겨져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1973년 안 선생의 묘가 도산공원으로 이전하며 새 묘비가 세워졌고, 이 옛 묘비는 그동안 도산기념관 지하에 보관됐다.

안 선생의 옛 묘비 이전은 망우리공원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의 하나다. 망우리공원 묘지는 1938년 세상을 뜬 안 선생이 유언으로 정한 곳이다. 생전 안 선생은 자신보다 2년 먼저 세상을 뜬 애제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유상규 선생의 묘가 있는 망우리공원에 묻히길 원했다.

유 선생은 안 선생이 3·1운동에 참여하고 중국 상하이(上海)로 망명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할 때 비서를 지낸 인물이다. 안 선생의 옛 묘터는 유 선생의 묘와 가까운 곳에 있다.

1955년 세워진 안 선생 묘비의 비문은 지인인 소설가 춘원 이광수가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씨는 서예가 소전 손재형·원곡 김기승이 썼다. 앞면에는 한자로 ‘배우고 가르침에 끊임없이 애쓰시고 슬기와 큰 덕을 바로 세워 사심은 우리나라와 겨레를 위함이셨네. 바르고 사심 없이 사람을 대함에 봄바람 같고 일을 행하심에 가을 서릿발 같으셨네’라고 써있다. 뒷면에는 안 선생의 이력이 빼곡히 적혔다.

서울시설공단은 3·1절인 다음달 1일 망우리공원에서 묘비 제막식을 한다. 행사에는 안 선생의 조카사위 김봉성의 아들인 김선영씨, 서상목 도산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윤배 흥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다.

2014년부터 망우리공원에서 역사·문화를 교육하는 인문학길을 조성하고 있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김금호 사무국장은 “40년 이상 기념관 지하에 보관된 묘비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서울시민과 자라나는 세대에 귀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