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 파괴 논란’ 궁동산 개발 사실상 중단

허가 조건인 토지교환 무산…서부교육지원청 불가 통보/ 업체 “손해막심… 법적 대응” 환경파괴 논란이 일었던 서울 서대문구 궁동산 ‘개나리언덕’ 개발이 사실상 중단됐다. 구청이 개발업체에 허가 조건으로 내세웠던 교육청과의 토지교환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26일 서울교육청과 한국국토정보공사에 따르면 서부교육지원청은 지난달 궁동산 개발업체에 “토지교환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과거 지적 측량도를 검토한 결과 1984년 측량도와 1993년 지적도에서 차이가 발견돼 교환 대상 토지가 당초 교육청 소유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국토정보공사도 지적경계선 오류를 인정했다. 이를 최종 확정하려면 공무원과 지적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방지적위원회의 결정이 필요하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지적위원회에 지적 측량 적부심사를 청구했고 다음달 초 열릴 회의에서 판가름난다.

70년 넘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됐던 궁동산 ‘개나리언덕’이 최근 고급 빌라를 짓기 위해 파헤쳐지면서 벌건 흙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문 기자
교육청은 지적오류를 정정해 달라는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이미 ‘1984년 3월 서연중 개교 이후 30여년간 평온·고요하게 학교가 그 땅을 점유해 왔기 때문에 관련법에 따라 점유시효취득이 인정된다’는 법률자문을 받고 이를 개발업체에 통보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개발허가의 전제조건이 토지교환을 통한 도로확보인 만큼 이 부분이 무산되면 허가도 자동 취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체는 개발중단에 따른 손해가 막심하다며 법적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비오톱(생태환경지구) 등급 조정 등 개발 인·허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 중이다.

개나리언덕살리기주민대책협의회 심정숙 회장은 “부동산 개발을 할 수 없게 된 만큼 개나리 언덕을 주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땅을 매입해 주민이 쉴 수 있는 공원이나 숲으로 복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궁동산 개나리언덕은 1940년 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개발이 불가능한 비오톱 1등급으로 지정됐다가 2003년 개발업체로 넘어간 이후 수차례 민원 끝에 등급이 조정됐다. 이어 구청이 환경훼손을 이유로 불허한 개발허가를 시 행정심판위원회가 업체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난해부터 개발이 진행돼 환경훼손 논란이 일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