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8 20:58:28
기사수정 2016-02-28 20:59:57
신용목(1974~)
사선(斜線)으로 떨어지는 저녁,
옆구리에 볕의 장대를 걸치고
새가 운다
저녁 하늘은, 어둠을 가둔 볕의 철창
저녁 새소리는,
허공에 무수히 매달린 자물통을 따느라
열쇠꾸러미 짤랑대는 소리
저녁 감나무에, 장대높이로 넘어가는 달
시의 표현 방법은 회화의 표현 방법과 닮았다. 시가 심상(心象)을 글로 표현하는 예술이라면 회화는 이미지를 색채로 표현하는 예술일 것이다. 그런데 표현 대상인 심상과 이미지는 동의어이다.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초현실주의 등 문예사조가 미술사조를 따라 일어났고 그 추구하는 방법이 동일한 것을 보면 보다 확연해진다.
필자가 화가라면 인용시의 풍경을 다음과 같이 그리지 않을까 싶다. 대숲 가에 감나무를 세우고 그 감나무 가지에 자물통처럼 생긴 멧새들을 여럿 앉혀 댓잎 사이로 새어드는 저녁 햇살을 철창처럼 사선으로 드리운 다음, 이웃집 ‘순’이의 가슴 같은 초승달을 감나무 한쪽 위에 아주 위태롭게 그려놓지 않았을까 싶다. 시의 내용도 이것이 전부일 것이다.
읽는 사람에게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에겐 “옆구리에 볕의 장대를 걸치고 새가 운다” 와 새 우는 소리를 “열쇠꾸러미 짤랑대는 소리”로 표현한 것이 이 시의 압권으로 다가온다. 젊은 시인들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신용목 시인은 이처럼 표현 대상의 주변 소재를 독특한 방법으로 끌어와 제시하는 탁월한 시법(詩法)의 소유자이다.
김영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