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훈의 스포츠 뒷담화] 복싱선수보다 발이 빨랐던 박주봉

[박태훈의 스포츠 뒷담화] 박주봉에 대한 추억, 권투선수보다 더 빨랐던 타고난 슈퍼스타 

△박주봉은 누구

지금까지 한국 스포츠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를 여럿 거느렸다.

그러나 10여년 이상을 압도적 세계1위로 군림한 이는 박주봉(52) 일본배드민턴 대표님 감독 외 찾아보기 힘들다.

박주봉은 아시아선수권-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올림픽-특급 국제대회 등에서 72승을 거둬 한때 기네스북에 올랐을 정도이다.

1983년부터 1년선배 김문수와 남자복식조를 이뤄 1992바르셀로나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32차례나 정상을 밟는 등 1993년까지 최강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박주봉은 시범경기로 진행된 88서울올림픽에서 김연자와 혼합복식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박주봉은 1994년 초 은퇴를 선언하고 지도자 수업에 들어갔으나 대표팀 전력약화에 비상이 걸린 배드민턴 협회 집행부의 거듭된 호소에 따라 1995년 5월 현역으로 복귀했다.

복귀 때 박주봉은 남자후배들의 길을 막지 않기 위해 나경민과 혼합복식조를 형성, 단숨에 세계 최정상까지 치고 올라섰다.

1996애틀랜타 올림픽 때 대표팀 내에서도 박주봉-나경민조의 금메달을 의심치 않았지만 2진격인 김동문-길영아조에 무너져 마지막 경기를 은메달로 마무리 했다.

△타고난 선수 박주봉

박주봉은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그다지 힘이 없어 보인다. 천만의 말씀이다.

마른 몸매에서 나오는 근력과 스피드, 순발력이 발군이다.

전성기 시절 박주봉은 물이 흐르는 듯한 경기를 선 보였다. 워낙 자연스러워 배드민턴 관전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힘이 좋은지 어쩐지, 왜 잘하는지, 어떤 면이 세계 1위인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빠른 것 같지 않으면서도 그의 스매싱 속도는 굉장히 빨랐으며 특히 상대가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는 방향으로 셔틀콕을 톡 밀어넣는 재주는 "하늘이 내렸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박주봉은 상대 공격을 재빠르게 짤라내고 역으로 꼼작 못하게 슬쩍 셔트콕을 밀어 넣는다. 득점하지 못해도 상대는 간신히 받아 넘기는데 급급 손쉬운 공격기회를 제공하고야 만다.

이런 까닭에 모든 선수들이 박주봉과 한조를 이루길 희망했다. 그와 함께라면 쉽게 경기를 하고 보다 편하게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봉의 진짜 힘은 달리기

태릉선수촌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불암산 크로스컨트리이다.

선수촌 운동장을 출발해 뒤편에 자리잡은 불암산을 뛰어갔다 돌아오는 것으로 '뛰는 것이 훈련의 반이다'라는 복싱대표선수들이 선두권을 도맡아했다.

하지만 박주봉이 태릉에 등장한 이후 뛰었다 하면 1위로 들어왔기에 복싱선수들 사이에 박주봉은 타도 대상 1호로 불렸다. 

불암산 크로스컨트리는 지구력과 근력, 순발력을 모두 기르기 위한 것이다. 엘리트 중 엘리트인 대표선수가 모인 가운데 1위를 했다면 그 선수의 지구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박주봉은 이런 힘을 바탕으로 배드민턴계를 석권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KBS 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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