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9 17:15:06
기사수정 2016-02-29 17:15:06
삼성전자 공장이전, 관광객 증가 등으로 희비 갈려
작년 하반기 소폭 상승하던 지역경제가 올 초 들어 주춤하는 것은 수출 감소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그로 인해 제조업 경기가 하락하면서 지역경제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또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역에 따라 경기 회복세에 뚜렷한 온도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권역별 동향 비교자료(위 그림 참조)를 보면 작년 10~11월 대경권(대구경북권)을 제외한 전 지역이 소폭증가였다가 올 1~2월에는 제주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보합으로 바뀐데 반해 호남권은 소폭감소로 떨어졌다. 제주권은 국내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소폭증가를 유지했다.
◇ 수출 부진에 맥 못추는 제조업 경기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정부 소비진작책에 따라 서비스업 생산은 늘었으나 수출 부진의 여파를 그대로 받았다. 지난해 서비스업 생산은 1분기 전년 동기대비 2.8% 성장한 후 2분기(2.5%) 상승폭이 줄었으나 3분기와 4분기 들어 각각 2.9%, 3.1%씩 성장했다. 하지만 제조업 생산은 1분기(-1%), 2분기(-1.4%), 3분기(-0.4%)까지 전년 동기대비 하락세를 나타낸 뒤 4분기 0.1%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수출부진의 여파가 컸다. 수출 부문은 1분기(-3.0%), 2분기(-7.3%), 3분기(-9.5%), 4분기(-12%)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한은 모니터링 결과 올해 1~2월 중 제조업생산은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도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품목인 디스플레이, 휴대폰, 자동차, 철강 등이 모두 부진했고 반도체나 석유화학, 조선 등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LCD(액정디스플레이) 공급과잉, 스마트폰 생산업체의 수요 감소, 대형 LCD에 대한 수요 둔화 때문에 수도권, 대경권, 충청권을 중심으로 생산이 감소했다.
또한 휴대폰은 중국시장 등 글로벌 수요부진, 원가절감을 위한 해외생산 확대 등으로 수도권, 대경권에서 생산이 줄어들었다. 자동차는 개별소비세 인하(5%→3.5%) 종료로 내수판매가 부진했고 신흥시장국 수요 둔화 등으로 수출도 부진해 수도권, 동남권, 충청권, 호남권에서 생산이 감소했다.
한은은 "향후 제조업생산은 중국 등 신흥시장국 경기 둔화, 글로벌 공급과잉 등으로 당분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했다.
◇ 제조업-서비스업 모두 감소한 호남권
호남권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모두 전분기에 비해 감소하면서 올해 1~2월 중 경기판단이 유일하게 후퇴했다. 건설투자와 수출 역시 악화됐다.
호남권 제조업이 올해 들어 감소한 이유는 자동차와 가전 부분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자동차는 지난해 실시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종료한 뒤 내수 판매가 급감했고 해외 업체와의 경쟁도 심화됐다. 가전은 신흥국 경기 부진에 따른 글로벌 수요 둔화와 삼성전자가 올해 2월중 광주사업장의 냉장고 생산라인 중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한 영향으로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부동산 및 임대업은 가계대출 종합관리 방안 등에 따라 구매심리 위축되면서 미분양주택이 증가하고 주택거래량도 감소하는 등 다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역시 설 연휴가 있었으나 한파 등의 영향으로 전통시장의 매출도 줄고 자동차 판매도 감소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투자 역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소폭 줄어들었다. 공공부문의 경우 지자체의 SOC 예산 집행이 감소했고, 민간부문은 지난해 재건축, 재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던 주택시장이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 시행,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주춤해지면서 둔화됐다.
지난해 4분기 20.6%의 전년 동기대비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은 올해 1~2월 중에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향후 수출은 석유정제 및 화학제품의 경우 저유가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으로, 자동차 및 철강은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각각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펄펄 나는 제주…"관광업-건설업 호조로 올해 4.9% 성장할 것"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관광 및 건설업 호조 등에 힘입어 생산, 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수출 전반이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향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제주지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9%로 내놓으면서 전체 성장률 전망치(3.0%)를 훨씬 웃돌 것으로 봤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의 매출 전망도 눈에 띄게 밝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긴 했으나 국내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제주의 경기를 살렸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특히 전세버스업은 크루즈 관광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가동률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2월 중 크루즈 입항 횟수는 31회로 전년동기(23회)에 대비 8회(34.5%) 증가했다.
소비 증가세도 지속됐다. 제주권 소비는 인구유입 지속, 관광업 호조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나갔다. 특히 대형마트는 외국인 부가세 즉시환급제도가 도입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부가세 즉시환급제도는 이달부터 도입된 제도로, 백화점 및 대형마트에서는 구매건당 3만원 이상 20만원 미만 상품을 구입했을 때 매장에서 부가세를 즉시 환급(1인당 100만원 한도) 받을 수 있다.
건설투자 부분은 공공부문은 부진하긴 하지만 민간부문은 연립주택 등 소규모 공동주택 건설이 늘어나면서 호조세를 보였다. 올해 1월중 비주거용 건물의 건축허가면적은 헬스케어타운내 숙박시설(3.7만㎡), 영어교육도시내 세인트존스베리 국제학교(5.9만㎡) 건축허가 등으로 전년대비 111.9% 증가하는 등 향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 경제의 온기는 기업들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제주권 주요 제조업체 20개를 대상으로 지난 1월18일부터 2월5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업체의 95%가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응답했다. 올해 제주권 제조업체 매출액 전망을 보면 전년에 비해 5~1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50%,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0~5% 증가' 응답 또한 25%였고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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