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트 카’ 지고 ‘가상현실· 5세대 통신’ 뜨고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6 폐막 지난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4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친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은 시시각각 변하는 모바일 업계의 흐름을 대변하는 장이었다. 지난해 행사만 하더라도 주요 부스의 중앙을 차지했던 자동차(커넥티트카)는 상당수 자취를 감췄고, 쉽게 눈에 띄었던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도 전시장 구석으로 밀리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대신 360도 영상을 비롯한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체험존이 부스 대부분에 마련돼 오전부터 대기자들이 긴 줄을 이뤘고, VR 콘텐츠를 모바일에서도 막힘 없이 즐길 수 있는 5세대(5G) 이통기술을 시연하는 업체들이 여기저기서 관람객을 유혹했다.

◆무대 전면에 등장한 VR

삼성·LG전자는 개막 전날인 21일 현지에서 나란히 VR 콘텐츠와 연계한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먼저 포문을 연 LG는 ‘G5’와 유·무선으로 연결돼 VR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안경 형태의 ‘360 VR’와 해당 콘텐츠를 직접 찍을 수 있는 360도 동영상용 카메라 ‘360 캠’을 선보였다. 이어 삼성은 VR 영상으로 ‘갤럭시S7’을 공개한 데 이어 이 장면을 360도 영상으로 편집해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360도 영상을 촬영하는 기기인 ‘기어 360’도 함께 공개했다.

전시장을 두루 둘러본 LG전자 관계자는 “올해는 웨어러블 쪽에 새로운 제품이 없어 그 자리를 VR가 차지하면서 설명도 VR로 하는 사업자도 있더라”며 “VR 체험존 앞으로 줄 서 있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그만큼 VR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워드콩그레스’의 SK텔레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잠수함 가상현실(VR)을 체험하고 있다. 환호성을 지르는 관람객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이들이 몰려들고, 체험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까지 더해 부스 안팎이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삼성·LG전자는 물론이고 국내 이동통신사인 KT와 SK텔레콤은 스키점프와 해저 탐험을 VR로 만끽할 수 있는 체험존을 설치해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 통신사인 AT&A와 T모바일도 VR로 비디오 게임을 즐기면서 쉴 수 있는 소파를 준비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도 앞으로 구현할 자율주행차를 VR로 미리 소개했다.

◆5G 성큼… 경쟁과 협력 본격화

360도 동영상을 비롯해 용량이 큰 VR 콘텐츠를 모바일에서도 막힘 없이 즐기려면 현재 4세대(4G) 이통기술을 대표하는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수백 배 빠른 차세대 5G의 상용화가 관건이다. 올해 MWC에서는 통신장비업체와 이통사들이 관련 기술을 행사장에서 직접 시연해 5G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다.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은 이번 전시회에서 25Gbps가 넘는 무선 데이터 전송을 시연했다. 20Gbps가 넘으면 5G의 최소 요건을 갖췄다고 하는데, 그보다 빠른 데이터 전송이 대중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릭슨은 국내에서 KT, SK텔레콤 등과 손잡고 5G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도 노키아와 손잡고 20Gbps의 데이터 전송을 선보였다.

글로벌 통신사들은 이번 MWC를 계기로 속도 경쟁과 함께 2020년으로 예상되는 5G 상용화를 앞당길 목적으로 손을 맞잡아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KT는 일본 소프트뱅크, 중국 차이나모바일, 영국 보다폰과 5G 서비스 개발을 위한 협회를 결성했다. KT와 SK텔레콤은 5G 기술의 표준규격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세계적인 통신들과 함께 ‘5G 표준연합’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LTE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초다시점 홀로그램으로 사람이 움직이는 형상을 만들어내 이목을 끌기도 했다.

MWC가 개막한 지난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마련된 KT 전시관의 5세대이동통신(5G)존에서 관람객들이 360도 동영상으로 촬영된 VR(가상현실) 동영상을 헤드셋을 통해 감상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연합뉴스
5G 표준연합에 이름을 올린 미국 버라이즌은 이 자리에서 당장 내년부터 5G 상용화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해 글로벌 이통사 간 속도 경쟁을 촉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KT가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에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목표 아래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형편이다. 버라이즌은 통신장비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삼성전자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MWC에서 5G에 쓰이는 초고주파수대역(mmWave) 기지국 간 ‘핸드오버’(Handover·이동)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 기술은 접속 중인 기지국이 바뀌어도 사용자에게 끊김 없이 고품질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수기술 중 하나이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크기로 소형화한 5G 초고주파수대역 단말기, 광통신 케이블 매설 없이 가정까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정형 무선 브로드밴드 시스템 등 최첨단 5G 기술들을 뽐냈다.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다양한 편의기능을 제공하려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진화도 이번 MWC를 통해 드러났다. 농업과 유통, 제조업 등에서 센서 기반의 서비스를 상용화한 사례가 쏟아졌다. 가정 내 다양한 기기를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홈, 공정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 팩토리 등도 작년에 이어 단골 메뉴로 자리를 지켰다. 자동차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폰으로 자율주행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커넥티트 카와 관련해서는 삼성전자, SK텔레콤, 포드 등이 관련 솔루션을 전시했으나 예년과 같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바르셀로나=황계식 기자 cul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