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200조원?… 실제는 1440조원

한은 집계 1207조원엔 부실화 가능성 높은 소규모 자영업자들 부채 240조원은 빠져 있어 / '주범' 아파트 집단대출 이달 1조600억 넘어서… 주택 경기 침체 빠지면 가계발 뇌관 될 가능성
한국경제의 뇌관, 가계부채는 정확히 얼마인가.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1207조원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계신용은 순수 일반가계의 부채일 뿐이다. 사실상 가계부채이면서 뇌관 중 뇌관인 소규모자영업자 부채는 빠져 있다. 경기 침체로 소규모자영업자들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그들이 짊어진 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소규모자영업자) 부채는 지난해 말 239조3000억원이다. 일반가계 부채에 이를 더하면 1446조3000억이다. 실질적 가계부채는 1200조원이 아니라 1400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1500조원을 향하는 중이다.

국제기준에 따른 가계부채는 이보다도 많다. 한은이 생산하는 통계인 자금순환표상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일반가계 + 소규모자영업자’ 부채에다 가계를 돕는 민간비영리단체 부채까지 포함한다. 지난해 9월 말 138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엔 1400조 중반대를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은 게걸음인데 부채는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흐름이다. 지난해 말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70%선을 뛰어넘은 것이 확실시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이 비율이 130%대였다. 이후 미국은 부채 감축을 진행해 이 비율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린 반면 한국은 끌어올리기 바빴다. 가계부채에 의존한 정부 내수부양 정책의 결과로, 2007년 말 795조원이던 가계부채(국제기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1400조원대로 거의 두 배가 되었다.

정부가 뒤늦게 차주의 상환능력을 깐깐하게 따져 대출해주도록 2월부터 은행 대출기준을 강화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침체 우려로 규제 강화에서 제외한 집단대출은 예상대로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의 2월(24일 기준) 집단대출 증가액은 1조6000억원으로 1월 증가액 1조1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 집단대출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총량을 키우는 데 계속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흐름이다. 집단대출이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계약자에 대한 개별 소득심사 없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통상의 주담대보다도 낮은 금리로 일괄해 빌려주는 대출을 말한다.

집단대출은 통상의 가계부채 통계에서 빠지는 소규모자영업자 부채처럼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경기가 가라앉으며 미분양이 늘고 침체가 지속될 경우 부실화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일단 차주의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고 이뤄졌다가 2∼3년 후 일반대출로 전환돼 차주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재조정되는데, 이때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다면 부실화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110조3000억원이다. 승인은 났지만 대출 잔액으로 아직 잡히지 않은 약정액도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금융기관 가계대출 총액 1142조원 중 주담대가 53%인 609조원이며 주담대 중 26%가량(약정액 추정치 포함시)이 집단대출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