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살생부’ 충돌… 일단 봉합 국면

친박·비박 진위 공방… 김무성 사과로 휴전 / ‘자작극’ 불씨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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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정두언 의원이 포함된 ‘공천 살생부 논란’을 둘러싼 비박(비박근혜)계 김무성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갈등이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친박계가 공천과정에서 김 대표의 ‘자작극’에 대한 공세를 언제든지 재개할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파문은 살생부의 진위, 책임 소재를 떠나 마치 특정세력이 공천에 개입한 듯한 음험한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29일 오후 긴급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살생부 논란과 관련해 유감을 표했다.

그는 “오늘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당 대표의 사과 요구) 결론을 내렸고, 최고위 결정사항을 수용하겠다”며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고, 공천과 관련해서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클린공천위원회가 즉각 조사해 엄정하게 조치하도록 한다는 최고위 결정사항도 수용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 마련된 고 신민당 이철승 총재의 빈소에 조문을 마치고 나서며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선 친박계와 비박계가 살생부 규명을 위한 조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살생부 논란 조사특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대표와 가까운 김을동 최고위원 등이 찌라시(사설정보지) 같은 것에 당이 흔들려서야 되겠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두 차례나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논란의 당사자인 김 대표와 정 의원을 불러 대질 신문을 벌이기로 했으나 김 대표가 불참해 불발됐다.

정 의원은 긴급 최고위 출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6일 김 대표가 만나자고 해서 본회의장에 가서 한참을 얘기했는데 공천 배제할 사람들이 40명이 있다”며 “김 대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고 그렇게 하면 어떡하든 공천장에 도장을 안 찍고 버티겠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친박계와 김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살생부 논란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친박계는 이번 살생부 파문을 김 대표의 ‘자작극’으로 몰아가며 맹비난했고, 이에 맞서 김 대표는 살생부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서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분명히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고,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제 입으로 그 누구에게도 공천 관련 문건이나 살생부 얘기를 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