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기업들 긴장

260~270개 기업서 대주주 등극…배당성향 낮은 곳 타깃
전경련 "연금 사회주의" 지적
'증권가 큰 손' 국민연금이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려 중점 관리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열린 올해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에 올해부터 저배당 기업에 더 많은 배당을 하도록 적극 요구하기로 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이를 위해 내부 기준을 이미 마련하고 전담팀까지 꾸렸다. 이를 통해 '기업과의 대화'란 방식으로 저배당 기업을 선정해 압박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1년 동안 개선하지 않으면 내년 4월께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해 외부에 공개하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합리적 배당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저배당 기업 블랙리스트'까지 들이밀며 기금운용본부가 저배당 기업을 몰아세우는 표면적 이유는 배당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투자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배당정책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수립하도록 유도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는 표적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투자해 지분율을 5% 이상 확보한 기업 중에서 국민연금이 배당관련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거나 배당 성향이 낮은 기업 중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기금운용본부는 예고했다.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 가진 기업은 시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대략 260~270곳에 이른다.

기금운용본부는 "기업들의 주총시즌이 끝나는 3월말 이후 배당성향을 분석해 이르면 4월께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배당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기업들을 가려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는 구체적으로 배당정책이 있는지를 따져보고 시장 상황과 산업의 특성, 개별기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대상기업을 선정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이런 배당확대 요구 움직임에 대해 기업들은 긴장하면서 내심 경영권 간섭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두고서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며,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라며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기업 경영권을 간섭할 수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는 반대론이 충돌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국민연금 주권행사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