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캐프리오 "기후변화는 현실… 가장 시급한 위협"

[지구 기온 상승 1.5℃ 내로 지키자] ⑥ 기후변화와 정치 / ‘온난화 대응’ 해외선 국가적 이슈… 국내 정치권은 ‘관심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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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역사상 가장 더웠습니다. 영화를 찍을 때 눈을 찾기 위해 남극 가까이 가야 할 정도였습니다. 기후변화는 현실입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위협입니다. 공해유발자와 대기업의 대변인이 아니라 환경 파괴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수십억명의 보통 사람들을 위해 힘써줄 지도자들에게 힘을 모아 줍시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사진)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4전5기’ 오스카상 도전기 대신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투표를 통해 좋은 정치인을 뽑는 게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대선공약으로 떠오른 ‘기후변화’

기후변화는 이제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섰다. 국가 정책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한 지 오래다. 각국 정치권에서는 기후변화를 심도 있게 다룬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중요한 정책 과제였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내세운 지구 온난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디캐프리오는 199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디캐프리오 재단’을 만들며 환경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였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는 환경을 파괴하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기후변화는 중요한 의제다.

민주당 예비후보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같이 썼다. “이제 논쟁은 끝났다. 기후변화는 실제 현실이고 우리 인간이 이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샌더스는 탄소배출세 징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청정에너지 기술투자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예비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기후변화를 대선 공약의 핵심으로 채택했다. 그는 “미국 전 가정이 사용할 깨끗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하겠다”며 “태양광 발전량을 현재 대비 700%로 늘리고 태양광 패널을 미 전역에 5억개 이상 설치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도 2012년 대선 당시 기후변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후 기존 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소 비율을 늘리는 ‘청정전력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 사정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일부 공약집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소 활성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등의 정책이 담겼지만 대부분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 4월 제20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녹색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별다른 공약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그린피스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캠페이너는 2일 “우리나라 시민들은 아직 기후변화가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탄소배출량 세계 7위인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에 큰 책임이 있고, 시민들이 이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무관심 속 기능 축소된 ‘환경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환경부의 기능은 축소됐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인 온실가스 감축정책도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5일 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재 환경부 산하인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국무조정실 산하로 옮기고, 환경부가 총괄하던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를 기획재정부가 맡도록 하는 내용의 ‘기후변화 대응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환경부가 주도하던 온실가스 감축정책 기능이 무력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 흐름과 반대”라고 지적한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허용량을 부여받고 부족한 허용량은 거래소에서 구매하는 제도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배출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내 유일한 ‘반군’이라고 불리는 환경부 대신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경제부처에 이 권한을 넘기면 정책입안 과정의 무게추에서 환경은 뒤로 밀릴 개연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1월 환경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저탄소차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시행을 눈앞에 두고 기재부의 압력에 밀려 없던 일이 됐다. 이번 기후변화 대응업무 구조변화가 결국 ‘환경보호 진영’보다 ‘산업계’의 입김이 더 세지는 쪽으로 작동한 것처럼 읽히는 이유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이관과 배출권 거래제 총괄부처 변경에 대해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결국 주요 기능이 떨어져 나갔다.

서울대 윤순진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 업무 이관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부처는 각자 지향하는 목표가 있는데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로 업무가 넘어가면 기후변화 대응·적응,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원래의 목표에서 엇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하거나 국제적 위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 같다”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