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만에… 수렁서 첼시 건진 ‘히딩크 매직’

‘6개월 임시 사령탑’ 맡은 히딩크
수비 안정·정신력 강화 체질개선
첼시 12경기 무패… 바닥서 8위로
“선수 99%가 계속 팀 맡길 원해”
태극전사와 함께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그려낸 명장 거스 히딩크(70·사진) 감독. 그는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조국인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유로 2016 예선에서 4승1무5패, 최악의 성적으로 탈락해 경질됐다. 지도자 인생 막바지에 자존심을 구긴 그는 휴식을 취하던 중 절친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로부터 6개월짜리 임시 감독직을 제안받았다. 히딩크 감독은 고심 끝에 지난해 12월 수락했다.

지난 시즌 EPL 우승팀 첼시는 올 시즌 초·중반 나락으로 떨어졌다. 캐피털원컵 16강 탈락은 물론 리그에서도 16위까지 추락해 강등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결국 팀을 이끌던 조제 무리뉴 전 첼시 감독은 선수단과 불화설까지 불거지면서 쫓겨나다시피 팀을 떠났다. 이런 위기의 첼시에 히딩크 감독이 소방수로 등판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성적 부진과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정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히딩크 감독을 택한 것이다. 

디에고 코스타(첼시·왼쪽)가 2일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노리치시티와의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노리치=AP연합뉴스
예상은 적중했다. ‘히딩크의 매직’이 빛을 발하면서 바닥에서 헤매던 첼시는 순식간에 중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첼시는 2일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2015∼16 EPL 28라운드에서 노리치시티를 2-1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첼시는 히딩크 부임 이후 12경기 연속 무패(6승6무)를 기록하며 8위까지 수직상승했다. 5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도 5점에 불과하다.

6개월짜리 임시 사령탑이지만 히딩크 감독은 수비 안정화와 정신력 강화를 통해 첼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히딩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을 중용하면서 불안하던 수비진을 다듬었다.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히딩크 감독 취임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미켈의 선발 출전”이라며 “무리뉴 감독 시절에 미켈은 대부분 조커로서 후반에만 조금 나왔다.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미켈이 거듭 선발로 나오면서 흔들리던 첼시 수비가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동기 부여를 통해 선수들의 흔들리는 정신력을 바로잡았다는 견해도 있다. 박 위원은 “히딩크 감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멘털 전문가다. 언론 등을 통해 자신감을 불어넣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전환한다”며 “무리뉴 감독 시절 붕 떠있던 선수들이 히딩크 감독이 온 뒤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비가 정비되고 팀 분위기가 바뀌자 공격진도 점차 살아났다. 히딩크 감독이 오기 전 리그 16경기에서 3골을 넣는 데 그친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28)는 히딩크 감독 취임 이후 리그 등 각종 대회에서 14경기에 나와 10골을 터트렸다. 부진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기용한 히딩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결과다.

선수들은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계속 잡기를 바라는 눈치다. 미켈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이 팀에 남기를 바란다. 선수들도 99%가 그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올 시즌 끝나고 감독 생활을 정리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