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연기인생 윤석화 “절망의 시기 나를 구원한 작품”

연극 ‘마스터 클래스’
배우 윤석화가 연극 인생 40주년을 맞아 불멸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한다. 18년 만에 다시 출연하는 연극 ‘마스터 클래스(사진)’를 통해서다.

‘마스터 클래스’는 미국 극작가 테렌스 맥날리가 마리아 칼라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맥날리는 1971∼72년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칼라스가 연 강의 현장을 무대로 삼았다. 이 시기 칼라스는 절정의 자리에서 한 발 비켜 있었다. 그리스 선박왕이자 연인인 오나시스와 결별하고 기량도 저하돼 은퇴한 때였다. 맥날리는 이즈음 칼라스가 연 마스터 클래스를 참관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칼라스의 인생과 예술 세계를 치밀하게 묘사해 1996년 토니상 최우수 희곡상을 받았다. 맥날리는 국내에는 ‘거미 여인의 키스’로 잘 알려진 희곡계 거장이다.

무대에는 피아노 한 대가 놓인다. 칼라스의 가르침을 기대하며 소프라노 두 명과 테너 한 명이 무대에 오른다. 칼라스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강의를 이끄는 한편 지난 생애를 돌아보며 상념에 잠긴다. 그의 냉혹한 비판을 견디지 못한 소프라노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저주한다. 마지막에 홀로 남은 칼라스는 “세상은 우리 없이도 돌아갈 거예요. 하지만 우린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왔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마스터 클래스’는 윤석화가 연기 인생 최악의 고비를 맞았을 때 그를 일으켜 세운 작품이다. 윤석화는 1975년 극단 민중극장의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1983년 ‘신의 아그네스’로 연극계 스타가 됐다. 그러나 1997년 뮤지컬 ‘명성황후’ 서울 공연에서 주연을 맡았다가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제외됐다. 윤석화는 충격으로 은퇴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40주년 기념작으로 이 작품을 택한 데 대해 그는 “‘명성황후’ 사건으로 은퇴를 생각했을 때 저를 구원하고 다시 일어나게 한 작품”이라며 “당시 이 작품이 꼭 잘 돼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작업해 정말 힘들었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제는 예술이 무엇인지를 칼라스를 통해 내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윤석화는 칼라스 연기로 이해랑 연극상을 받았다. 뮤지컬 스타 류정한도 18년 전 공개오디션을 통해 테너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당시 공연을 본 가수 이문세는 “윤석화를 보러 갔지만 내가 본 것은 마리아 칼라스였다”고 회상했다.

이번 공연은 연극계 거장 임영웅이 연출을 맡는다. 단원과 갈등으로 물러난 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단장 구자범이 음악감독과 극 중 반주자 역을 맡는다. 윤석화와 구 지휘자는 1994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만난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됐다. 최근 드라마 ‘용팔이’에 출연한 배우 배해선, 소프라노 이유라, 테너 이상규도 출연한다. 공연은 10∼2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3만∼10만원. (02)3673-2106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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