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사단법인 활동 '논란'…'선거운동'VS'활동제약'

본격 선거운동 국면…권선택 대전시장 선거법 위반 상고심 주목
대법 총선 후 권 시장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 공개변론 가능성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치권은 본격 선거체제로 전환됐다.

일선 지역구에서는 벌써부터 선거운동 가열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 상고심에 계류중인 권선택 대전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법조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 사건은 정치인이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등의 활동을 상시적으로 하는 것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권 시장이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를 2년 정도 앞두고 사단법인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만들어 활동한 것이 선거법상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으로 인한 사전선거운동죄에 해당하느냐는 것. 이에 대해 1, 2심은 이미 유죄로 판단해 권 시장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당장 총선 전에 대법원 상고심 선고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의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활동을 어디까지 사전선거운동으로 볼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서둘러 선고할 경우 향후 정치인의 각종 연구활동 등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은 만큼 대법원도 상당히 신중한 분위기다.

◇ 전원합의체 회부 가능성 배제 못해… 공개변론 가능성도

이 사건은 권 시장이 지난해 7월 대전고법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후 대법원에 상고해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에 배당돼 있다.

오는 3월 13일까지 상고심 선고가 이뤄지면 유·무죄에 따라 총선일에 보궐선거가 가능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4일 "권 시장 사건의 경우 대부분 정치인들이 상시적으로 활동하는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해서 공개변론을 통해 공론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사건의 성격상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필요하다면 전합에도 회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총선 전 전합 회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역 정치인 사건인데다, 자칫 총선 전 전합으로 넘길 경우 마치 권 시장의 혐의가 무죄인 것처럼 비춰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합에 회부하든, 회부하지 않든 모든 결정은 총선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총선 전에 할 경우 정치권이 여러가지 추측성 해석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고 그런 상황이 이 사건을 판단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포럼', '재단' 등 사전선거운동 기준 어디까지인가

권 시장에게 적용한 법조항은 선거법 제 89조 유사기관의 설립 금지, 제254조 선거운동기간위반죄, 제87조 단체의 선거운동금지 등이다.

이 중에서 핵심은 선거법 제89조다. 규정에 따르면 선거사무소, 선거연락소 및 선거대책기구 외에는 후보자 또는 후보가 되려는 사람을 위하여 선거추진위원회·연구소·상담소 또는 휴게소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이와 유사한 기관·단체·조직 또는 시설을 새로이 설립 또는 설치하거나 기존의 기관·단체·조직 또는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권 시장이 운영한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은 "선거운동을 위한 유사기관이라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에 1,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1심은 ①전통시장 방문, 지역기업 탐방, 대전시 77개 전체 행정동 순회 등 수개월에 걸쳐 진행된 각종 행사에 권 시장이 참석 ②시민들 애로사항 청취 후 포럼 정관상 설립목적인 경제정책 대안 제시, 결과물에 대한 연구자료 발간 등이 없이 이미지 제고에 주력했다는 점 ③출판기념회가 포럼의 전적인 지원으로 개최됐다는 것 등을 유죄 근거로 삼았다.

2심에선 ①2013년 1월께 포럼 관계자 이메일에서 2014년 대전시장 선거 관련 권 시장의 인지도 제고 목적으로 하는 포럼의 구체적인 활동 방안이 담겨 있는 것 ②'2014 TFT 기획안'을 2013년 4월께 만들어 향후 1년 3개월 동안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견인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구체적 활동 계획을 수립한 것 등이 유죄 판단의 추가 근거가 됐다.

검찰 관계자는 "권 시장의 경우 포럼이 선거운동에 동원됐다는 것을 매우 잘 입증한 사건"이라며 "입증을 못하면 의혹으로 끝나지만 사실관계가 입증됐기 때문에 1, 2심이 모두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권 시장측은 "정치인의 통상적인 사단법인 설립 및 그 활동이 선거법상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으로 인한 부정선거운동죄 내지 사전선거운동죄로 평가되어서도, 그 사단법인의 회비 수령이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부정수수죄로 평가되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단법인 활동이 어디까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은 점을 지적, "정치인의 사단법인 설립이 어느 경우에 선거법상 유사기관 설치·설립에 해당하는지, 설립한 사단법인의 통상적인 활동이 어디까지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이제는 기준을 제시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사단법인 희망대전연구원'을 설립해 활동했거나, 염홍철 전 대전시장 역시 '사단법인 미래도시공동체연구원'을 설립해 활동했던 것, 손학규 전 국회의원이 '동아시아 미래재단'의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던 것 등을 예로 들고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아마 이번에도 총선을 앞두고 권 시장 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이 사건은 정치인들의 포럼이나 재단 활동이 어디까지가 사전선거운동인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으면서도 정치인들의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