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과실치사' 공소시효 만료사태…"우려가 현실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25% 이상은 업무상 과실치사 공소시효(7년)가 이미 끝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단순 과실치사죄, 업무상 과실치사죄, 살인죄 중 어떤 혐의를 적용하느냐는 해당 업체들에 대한 단죄의 의미 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상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4일 뉴시스가 단독입수한 환경부의 '가습기살균제 피인정인 중 사망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망 95명 피해자 대부분은 10세 이하 어린이였다.

연령별로 보면 0~10세가 65명, 21~30세 10명, 31~40세 17명, 41~50세 1명, 51~60세 2명이었다.

업무상 과실치사 공소시효 7년이 만료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업체에 더이상 죄를 묻지 못할 위기에 처한 사망 피해자 24명(2월말 기준) 가운데서도 5세 이하 어린이가 1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단순 과실치사 공소시효 5년이 만료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업체에 더이상 죄를 묻지 못할 위기에 처한 사망 피해자들 역시 5세 이하 어린이가 많았다.

2월 말 기준으로 단순 과실치사 공소시효가 만료한 55명의 사망 피해자 가운데 36명이 5세 이하 어린이였다.

공소시효 만료 문제는 이미 경찰 수사 단계에서 예견된 상황이었다.

분석 결과 지난해 8월 경찰이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당시 사망 피해자 약 50명은 이미 단순 과실치사 공소시효 만료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올 해 1월 말까지 1명이 추가로 단순 과실치사 공소시효가 만료된 뒤 매달 숫자가 늘어 올 연말이면 무려 사망자 91명의 단순 과실치사 공소시효 만료가 도래하게 된다.

다만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등에 살인죄를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살인죄 공소시효는 기존에 25년으로 규정돼 있었으나 국회는 지난해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하는 내용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입증한 정부 조사결과를 업체가 부정하며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는 것도 공소시효 만료 사망자들이 계속 늘어간다는 점을 염두한 행보가 아니겠느냐"며 "검찰로선 혐의 입증이 비교적 수월한 피해자들 중심으로 일단 사건을 기소한 뒤 나머지 범죄는 공범 수사 등의 이유로 공소시효 만료를 막는 게 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