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 피해자들 "관리감독 소홀히 한 정부·지자체 책임져야"

염전에 감금된 채 폭행과 강제 노역을 당해 세간에 충격을 준 일명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들이 4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모씨 등 8명이 국가와 신안군, 완도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에서다.

강씨 등 8명의 피해자 측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김한성) 재판에서 염전노예' 사건이 염전주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정부와 지자체는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데도 사전에 방지하거나 개입하지 않았다"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 2014년에 이르기까지 염전노예 사건이 계속 벌어진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송을 낸 8명 중 대부분이 장애인이며 염전주의 가혹한 학대 행위와 폭행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 않았다"며 "이같은 일이 반복됐지만 염전주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 측 변호인은 "부당한 노동행위에 대한 신고나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한 경찰이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의로 직무를 유기하거나 방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근로감독관이 사업장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상 근로감독관의 업무량이 과다해 임금체불이 신고된 건 외의 사건을 처리할 수가 없다"며 "신안 염전 등 특정 사업장만을 점검 대상으로 삼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신안군과 완도군 측 변호인도 "선착장 관리감독 의무를 위법하게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없고 이는 염전 업주의 노동력 착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복지 담당 공무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없으며 그 수가 적어 현실적으로 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날 피해자 측 변호인은 염전주 2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며 당시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했던 경찰 등에 대한 문서 제출 명령을 요청했다.

염전노예 사건은 지난 2014년 1월 전남 신안군 신의도 염전에 감금돼 폭행과 노동을 착취당하던 장애인 2명이 경찰에 구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장애인 등 근로자들이 장기간 노역과 폭행에 시달리며 인권유린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었다.

염전노예 피해자 8명은 지난해 11월 "경찰과 고용노동부, 지자체가 염전노예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2억4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8명 중 6명은 장애인이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는 사업장과 선착장 등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염전 종사자들이 어떠한 경로로 섬에 유입되고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 알고 있으면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염주로부터 감금과 폭행, 노동 착취를 당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기일은 오는 4월1일 오전 11시에 진행된다.

한편 지난달에는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들이 업주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첫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업주들은 피해 장애인 등에게 1인당 1500~9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