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등산만 하는데 왜 돈 내나" 사찰 문화재 관람료 논란

"문화유산 관리 위해 필요" vs "등산만 하는데 왜 돈 내나" …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 마찰 전국 국립공원 내 유명사찰과 탐방객 간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둘러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탐방객들은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 순수 등산 탐방객에 대해서는 문화재관람료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찰 측은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폐지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문화재관람료 징수 놓고 곳곳서 마찰

포항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보경사 문화재관람료 폐지를 위한 범시민운동에 돌입했다. 포항경실련은 보경사가 내연산 입구에 부스를 설치한 뒤 사찰을 방문하지 않는 내연산 등산객에게까지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경실련은 이를 위법·부당행위로 보고 사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키로 했다. 최근에는 소송을 위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포항시민 산행대회’도 가졌다.

포항경실련 측은 “2013년 문화재 관람에 대한 목적이 없는 탐방객에게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며 “산행 입구에서 보경사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공원 내 사찰과 탐방객 간의 관람료 징수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경북 포항 내연산 보경사 입구 매표소 전경.
청송 주왕산 입구에 있는 대전사도 문화재관람료를 성인 1인당 2800원씩 받고 있다. 대전사의 경우 주왕산 입구에 위치하고 있어 주왕산을 찾는 등산객과 관광객들은 비싼 주차요금에다 관람료를 내야 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주왕산 입구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은 주왕산발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4월 사찰 측이 관람료를 받고 있어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둘러싼 논란도 거듭되고 있다. 법주사는 2007년부터 1인당 4000원(성인 기준)의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다. 법주사가 등산객을 포함한 탐방객들에게도 문화재관람료를 받아서 탐방객들은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관람료를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속리산 등산을 위해 찾은 탐방객들은 법주사 쪽 이용을 꺼리고 있다. 대신 경북 상주 등 다른 지역의 탐방로를 찾고 있다. 이는 곧 지역상가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속리산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200여만명을 넘었지만 계속 줄어 요즘은 연간 70여만명에 불과하다.

그동안 충북도는 속리산 관광객들에게서 일괄징수하는 문화재관람료가 지역 관광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해 폐지하거나 법주사 방문객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징수하자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법주사 측은 “문화재관람료는 법주사 경내뿐만 아니라 천왕봉과 문장대로 이어지는 등산코스의 사적·명승을 보호·관리하는 데 사용한다”며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전북 정읍 내장산 국립공원의 경우 2012년부터 정읍시민에 한해 문화재관람료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외지 탐방객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내장사 측이 매표소에 징수원을 파견해 정읍시민을 제외한 모든 탐방객들에게 입장료 3000원(성인기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구례 지리산에 위치한 천은사도 탐방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있다. 지리산 성삼재를 올라가기 위해서 이용하는 도로는 861번 지방도다. 하지만 천은사 입구에서 매표소 직원들은 성인 1인당 1600원씩 받고 있다.

2013년 대법원은 천은사를 직접 관람하지도 않는데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천은사는 이 판결이 소송을 냈던 74명(2차 판결 106명도 승소 했음)에게만 적용된다며 돈을 받기 위한 명목을 ‘문화재관람료’에서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로 바꿨다. 천은사는 탐방객에게서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공원문화유산지구에 천은사 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설악산에서도 매년 단풍철이 되면 설악동 주민들과 사찰 간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설악동 상가·숙박연합회 회원들은 신흥사가 임대운영하는 소공원 주차장 폐쇄 및 신흥사의 문화재관람료 폐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케이블카만 탑승하고 돌아가는 관광객들에게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것은 문제”라며 “이 같은 여러 불만 요인 등이 겹치면서 관광객들이 설악동 B·C지구 상가에 머물지 않고 곧장 돌아가 설악동 상권은 계속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갈등 해소를 위한 대책은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는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는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문화재보호법 제49조에 근거하고 있다. 문화재관람료는 문화재 유지·관리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1962년 처음 도입됐다. 1970년부터는 속리산을 시작으로 국립공원 입장료가 문화재(사찰)관람료와 통합 징수돼 왔다. 2007년 1월부터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다. 문화재 보호·관리에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사찰 측 입장이다.

사찰 측은 국보급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관람료 징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놓고 발생되는 갈등을 해소할 방법으로 산악인들은 “문화재청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찰(종단), 상인, 시민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화재관람료 징수 논란으로 새 등산로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포항경실련 측은 “내연산을 등산하기 위해 보경사로 연결된 등산로가 아닌 새 등산로를 정비해 등산객과 문화재 관람객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사진 포항=장영태 기자, 전국종합 3678jy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