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04 19:20:01
기사수정 2016-03-04 19:48:12
국내 확산우려 감염병 ‘1순위’
보건당국이 현재 국내 확산이 가장 우려되는 감염병은 지카바이러스가 아닌 뎅기열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해외에서 뎅기열에 감염돼 입국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질병관리본부 주재신 보건연구관에 따르면 최근 지구온난화로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면서 모기 활동 시기가 앞당겨져 모기 전파 감염병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뎅기열(dengue fever)은 대표적인 모기 전파 감염병 중 하나다. 사람과 사람 간 감염은 없지만 뎅기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모기가 사람을 물면 바이러스가 옮겨진다.
뎅기열은 아직 국내에서 감염된 사례는 없으나 동남아 등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해외에서 감염된 환자가 늘고 있다.
해외에서 뎅기열에 감염돼 국내에 들어온 사람은 2001년 6명 수준이었지만 2005년 34명, 2007년 97명으로 늘더니 2010년에는 125명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2013년 252명까지 증가했다가 2014년 165명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259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2월 현재 환자도 6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명)의 3.6배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유입되는 뎅기열 환자가 3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질본은 보고 있다.
뎅기열 감염자는 3∼7일 잠복기 후 갑작스러운 발열·두통·근육통·관절통 등의 증세를 보인다. 통상 감염자의 70∼80%는 1주일 정도 지나면 후유증 없이 증세가 사라진다. 그러나 증세가 심할 경우 뎅기출혈열, 뎅기 쇼크 증후군 등으로 발전해 사망할 수도 있다.
주 연구관은 특히 일본의 사례를 들며 뎅기열의 국내 발생 가능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한국과 뎅기열 환자 유입 특성이 비슷하다. 양국 모두 뎅기열 감염자가 동남아에서 유입된 비중이 각각 82.6%, 69.8%로 가장 높고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다. 여름과 겨울 등 휴가철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증가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일본은 2014년 도쿄에서 70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는데 방역당국은 감염자들이 발병 1개월 이내에 외국에 나간 적이 없는 점을 들어 일본 국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주 연구관은 “한국과 일본의 뎅기열 환자 유입 패턴이 유사하므로 국내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뎅기열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카바이러스와 뎅기열의 동반 확산 우려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뎅기열 환자 모두 해외에서 감염돼 입국한 사람들이고 지카바이러스 역시 확인된 국내 감염자는 없는 상황”이라며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를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뎅기열은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만큼 해외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해외에서 야외활동 시 모기기피제와 모기장을 사용하고 해질녘부터 새벽 사이 외출을 할 때는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는다. 모기가 들어올 수 없도록 자외선이 차단되고 냉방시설이 잘 되는 숙소에 머무르는 게 좋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