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임신부 80% 아이 포기 않고 출산”

62%는 완치… “항암치료 등 병행 가능”
임신 중에 암 발병 사실을 알게 된 임신부 10명 가운데 8명은 출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최석주 교수팀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임신부 5만412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8명이 임신 중 암 진단을 받았고, 이 중 진단하기 모호한 경계성 암을 제외한 87명 중 79.3%인 69명이 임신을 유지했다. 이들이 암을 진단받은 평균 나이는 32.5세, 암 진단 시 평균 임신주수는 24주였다.

임신 중 암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술은 물론 항암치료와 제한적인 방사선 치료도 가능하므로,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암 환자 치료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산부인과,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 협진에 따라 임신주수가 말기에 가깝다면 출산까지 치료를 잠시 미룰 수 있고, 여건에 따라 조기 출산을 유도한 뒤 치료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24명(34.7%)이 임신기간 중 치료를 받았고, 골수성백혈병으로 치료 도중 사망한 1명을 빼고 69명 중 68명이 출산했다. 의료진은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를 빼면 신생아 대부분은 특별한 문제 없이 퇴원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생아 사망률도 4.5%(68명 중3명)로 크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암 치료 결과는 환자에 따라 달랐다. 추적관찰이 가능한 84명 중에는 52명이 암이 완치됐지만 26명(31%)은 출산 후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5명(5.9%)은 병이 진행 중이었으며, 1명(1.2%)은 재발한 상태였다.

특히 소화기암은 전체 소화기암 임신부 17명 중 절반인 8명이 말기 상태에서 발견돼 사망률이 50%에 달했다. 연구팀은 “소화기암의 주 증상인 소화불량, 구토 등이 입덧 등 임신 증상으로 오인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석주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강인함 때문인지 암에 걸리고 나서도 출산을 포기하지 않는 임신부가 많다”며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전문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산모와 태아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만큼 임신 중 본인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