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07 19:46:04
기사수정 2016-03-07 19:47:02
탬파베이와 시범경기 6번 타자 출전 첫 타석서 ‘쾅’
드디어 터졌다. KBO리그 역대 최초의 홈런왕 4연패를 일궈내며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한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호쾌한 만루포로 미국 메이저리그 첫 대포를 신고했다.
박병호는 7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샬럿의 샬럿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번 타자 1루수로 출전해 0-0이던 1회 초 2사 만루에서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그랜드 슬램을 터뜨렸다. 박병호의 선제 만루포에 힘입어 미네소타는 5-4로 승리를 거뒀다.
박병호는 볼카운트 1B-1S에서 상대 선발 제이크 오도리지의 3구째를 강타했다. 강한 바람을 뚫고 좌중간 펜스를 넘긴 박병호의 타구에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도 깜짝 놀란 모양새다. MLB닷컴은 박병호의 홈런 장면을 메인 화면에 올렸고, “높이 떠간 공이 384피트(약 117m) 이상을 날아 관중석에 안착했다”고 타구를 자세히 묘사하며 주요 뉴스로 다뤘다. 그만큼 박병호가 그린 아치가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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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가운데)가 7일 플로리다주 포트 샬럿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1회 만루 홈런을 터뜨린 뒤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포트 샬럿=AP연합뉴스 |
MLB닷컴은 홈런 영상을 소개하고,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의 반응을 전했다. 몰리터 감독은 “박병호가 직구를 정확하게 받아쳤고, 큰 포물선을 그렸다. 박병호가 좋은 타격을 했다”고 칭찬하며 “우리는 박병호가 타격 훈련 때 이런 좋은 타구를 날리는 걸 자주 봤다. 이번 홈런이 여러 사람에게 ‘박병호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현지 언론도 칭찬 일색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지역지 미네소타 스타 트리뷴은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9번째 타석에서 왜 그가 KBO리그 슈퍼스타인지 알려줬다. 슈퍼스타의 힘을 과시했다”고 치켜세웠다.
2005년 데뷔 당시 거포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던 박병호는 2011년까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박병호는 2012년 31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에 오른 뒤 2013년 37개, 2014년 52개, 2015년 53개로 매년 진화를 거듭했다. 홈런왕 4연패는 물론 2년 연속 50홈런 역시 오직 그에게만 허용된 영역이었다.
박병호가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까지 직행할 수 있었던 것도 장타력 덕분. 현지에서도 박병호의 장타 능력에 집중했다.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박병호는 공식 경기 첫 홈런포를 만루포로, 불과 9타석 만에 때려내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이날 구장의 바람이 좌익수쪽에서 우익수쪽에서 불어 좌중간으로 향하는 타구의 비거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KBO리그 시절 도저히 넘어갈 것 같지 않은 타구도 펜스를 넘겼던 박병호 특유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병호는 경기 뒤 “삼진도 당하고 안타도 치는데, 말 그대로 시범경기라 특별히 홈런을 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면서 “매 경기 타이밍을 맞춰 나가고 싶었고, 그래서 타이밍이 잘 맞아 홈런이 나왔다”고 홈런 비결을 설명했다.
이후 두 타석에서 안타를 추가하지 못한 박병호의 시범경기 성적은 타율 0.182(11타수 2안타) 1홈런 5타점. 첫 홈런을 기분좋은 만루포로 장식한 박병호는 8일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두 번째 홈런 사냥에 나선다.
박병호와는 달리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아직 메이저리그 무대의 부담감에서 못 벗어난 모양새다. 김현수는 7일 보스턴과의 시범경기에서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시범경기 5경기, 16타석째 무안타 행진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