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07 19:43:18
기사수정 2016-03-07 20:10:37
성과연봉제 시행 시기따라 인센티브 인건비 차등화
올해 4월내 도입 땐 기본급 20% 추가 지급
금융위, 조기 도입 기관에 경영평가 심의서 가점 부여…노조선 “대화 응하지 않을 것”
금융개혁의 성패가 달렸다는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주의는 성공할 것인가. 정부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현장에선 아직 추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각 공기업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무대응·무시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거친 개혁’의 깃발을 든 정부는 꿋꿋하게 ‘마이 웨이’다. 금융위원회는 7일 9개 금융 공기업과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9개 금융 공기업이 대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2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기관별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금융 공공기관이 ‘무사 안일한 신의 직장’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는 성과연봉제 확산을 위해 채찍과 당근을 마련했다. 우선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를 성과연봉제 도입 수준에 따라 5단계로 차등해 집행하기로 했다.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란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총 인건비 인상률의 일부를 성과주의 도입 여부와 연동해 편성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 도입했을 때 성과연봉의 비중 등 금융위가 권고한 성과주의 확산방안 등의 이행 정도에 따라 인건비 인상률 폭을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공공기관의 올해 인건비 인상률 중 1%포인트를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로 별도 편성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금융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성과중심 문화를 평가하는 항목도 신설하기로 했다. 성과연봉제를 보다 빨리 도입하는 기관은 내년 6월 금융공공기관 경영평가 심의에서 가점을 받게 된다. 금융위는 또 조기 도입을 독려하기 위해 4월 안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기관에는 기본월봉(기본급)의 20%를, 5월 중 도입하는 기관에는 10%를 추가로 지급할 방침이다.
정부의 개혁작업에서 금융공기업 성과주의는 전체 금융개혁을 선도할 핵심 과제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성과주의 정착은 금융개혁의 마무리일 뿐만 아니라 성패를 좌우할 핵심요인”이라며 “국가 경제적으로 핵심 역할을 담당해온 금융공공기관이 성과중심 문화를 선도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들도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협상의 한 축인 노조는 싸늘하다. 임 위원장은 “노조를 포함한 직원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당부드렸지만 안타깝게도 노조가 대화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산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시작해 결과를 도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금산노조가 무대응을 대응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던 여타 제도 개선 방안 등 당근도 제시했지만 답이 없다. 협상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주의가 연봉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력 활용 측면도 있는데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이를 가늠할 하나의 척도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공기업의 관리자(간부급·임원) 중 여성 비율은 바닥 수준이다. 기업은행이 54명으로 전체 관리자 중 6% 정도일 뿐 나머지는 아예 없거나 많아야 6명 정도다. 민간 금융권도 마찬가지로 국내 주요 은행의 여성 임원 비중은 5% 남짓에 불과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13년 한국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중 여성이 출세하기 가장 어려운 국가”로 꼽았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