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08 10:55:44
기사수정 2016-03-08 10:55:44
임종룡, 공동 TF 구성 거부한 금융노조에 "무책임하다" 일침
노조 "당국이 노사 교섭에 개입한 건 심각한 부당 노동행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거친 개혁'을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금융권 내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 직접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을 압박하고 나섰다.
임 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금융위에서 '제2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2016년 예산편성시 별도 배정한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를 성과주의 도입 수준에 따라 5단계로 차등 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성과주의의 핵심인 성과연봉제를 빨리 그리고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금융공기관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인건비 예산에 제한을 두겠다는 뜻이다.
금융공기관에 성과주의 확산 의지를 분명히 나타낸 임 위원장은 금융노조를 향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공개 석상에 설 때면 "금융공기관이 먼저 나설테니 일반 은행 등 민간 금융권도 자율적인 노사협의를 통해 성과중심 문화 확산에 나서주길 기대한다"던 임 위원장의 기존 발언과는 수위가 다르다.
임 위원장은 "성과중심 문화 정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인 만큼 노사간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당부했지만 안타깝게도 노조가 대화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노조와 금융협의회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시작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결과를 도출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노조가 무대응을 대응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자세"라며 "노조는 진정 노조원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고 현명하게 판단해달라"고 덧붙였다.
2016년도 산별 임단협을 앞두고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융협의회)와 금융노조간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자 임 위원장이 직접 나서 노조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협의회는 최근 임단협 현안 논의를 위한 노사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금융노조에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
현재는 사측 회원사로만 구성된 자체 TF가 운영 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임 위원장의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가 노사 교섭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관치금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협의회는 이미 지난달 초 회원사 대표들을 모아놓고 올해 임단협 안건을 모두 확정지었다"며 "겉으로는 공동 TF를 통해 논의하자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정한 가이드라인만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 위원장은 노조가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그동안 성명서나 집회 등을 통해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임단협 과정에서는 각자의 입장과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건데 사측의 일방적인 TF 구성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무책임하다고 하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은 전적으로 노사 합의에 따라 정하는 건데 정부가 여기에 개입해 성과주의 도입을 압박하는 것은 부당 노동행위이자 관치금융"이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금융공기관에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도 치졸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성과주의를 둘러싼 정부와 기업, 노조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위까지 나서 노조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하고 있지만 금융노조는 이달 말 임단협 안건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철저한 보안 속에 자체 전략 수립에 집중할 방침이다.
노사간 산별 중앙 교섭은 이르면 내달 초 진행될 예정이다.
<뉴시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