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과거기록 없어도 신빙성 있다면 과거사 희생자로 인정"

출생신고나 족보 등 기록이 없더라도 과거사 희생자라고 증명하는 당시 이웃 주민들의 진술 등에 신빙성이 있다면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한국전쟁 당시 토벌군에 희생된 조모군의 사촌형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 경남 산청 지역에서 살던 조군 가족은 '국군이 마을을 수복하면 인민군 치하에 있던 사람들을 죽인다'는 말을 듣고 지리산으로 피란을 갔다.

하지만 숨어 지내던 조군 가족은 1951년 초겨울 무렵 토벌군에게 잡혔고 당시 1살이던 조군은 어머니와 함께 토벌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경남 거창·산청·함양·고성·사천·거제 지역 주민들이 좌익활동 혐의 등으로 국군과 경찰 등에 의해 적법절차 없이 희생된 사건을 조사한 끝에 2010년 6월 조군 등 105명을 '경남 산청·거창 등 민간인 희생 사건' 희생자로 결정했다.

이에 조군의 사촌형 등은 조군과 조군의 조부와 어머니를 희생자로 인정한 과거사 결정을 토대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반면 2심은 족보나 제적등본에 조군에 대한 기록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군이 출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해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고 만 2세가 채 되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사건으로 사망해 족보에도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난 후 조군을 포함한 시신을 수습해 선산에 모셨다는 이웃 주민들의 진술 등을 볼 때 조군은 경남 산청 등 사건으로 희생됐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해 원심을 뒤집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