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시설 태부족… 보조금도 ‘찔끔’

국내 친환경차 시장 ‘거북이걸음’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보다 더 강도 높은 자동차 연비 규제책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친환경차 보급률은 높지 않다. 

8일 한국자동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국산 친환경차는 모두 3만1703대로 전체 판매 차량 중 2%의 비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일본의 2014년 전기차 판매 비중인 22.2%, 미국의 7.2%보다 한참 낮다. 2014년 유럽연합(EU)의 전기차 판매 비율은 2.3%였다.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2014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에 변화가 일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럽에서 하이브리드차(HE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2%, 순수전기차(EV) 판매량은 무려 160.5%나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저조한 친환경차 시장 성장에 대해 업계는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와 보조금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를 사도 충전할 곳을 쉽게 찾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친환경차 중에서도 국산 EV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2558대에 불과하다.

정부는 최근 한국전력의 전기차 충전시설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하는 전기차용 이동형 충전기는 현재 서울에 45대, 창원 6대, 제주에 2대뿐이다.

비싼 가격도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다. 정부는 전기차에 대해 차량 보조금 1200만원과 완속충전기 설치비 400만원, 세금 400만원을 지원하고 있고, 지자체별로 최대 800만원까지 추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차값 자체가 내연기관차량보다 2배가량 비싸 인프라 부족을 상쇄할 만큼 큰 유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살 수 있는 모델 또한 제한적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HEV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떠오르지만 보조금은 100만원으로 크게 낮다. 쏘나타를 기준으로 HEV는 내연기관 모델에 비해 483만원, PHEV는 1278만원 비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를 만들어야 하지만 소비자들은 환경보다는 가격에 더 민감하다”며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확대하는 등 사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