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09 21:29:02
기사수정 2016-03-09 21:29:02
기억 저편 사라졌던 옛 가수들이 돌아왔다… ‘추억 소환’ 음악예능프로 인기
“잘가요∼ 내 소중한 사람∼.”(정재욱 ‘잘가요’) 가사만 봐도 멜로디가 떠오르지만 대체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누군지 생각이 안 난다면? TV를 켜라. 브라운관 속 무대에서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옛 가수들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미스터리 음악쇼-복면가왕(복면가왕)’, ‘투유프로젝트-슈가맨(슈가맨)’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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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가수들은 MBC ‘복면가왕’ 출연을 통해 재조명되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MBC 제공 |
◆“대중에겐 추억을, 가수에겐 재도약 기회를”
MBC ‘일밤’의 한 코너인 ‘복면가왕’은 특수 제작한 가면을 쓴 스타들이 노래 실력을 선보이는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최고 시청률 14.9%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방송하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10.4%)와 SBS ‘런닝맨’(7.5%)의 시청률을 앞선 지 오래다. jtbc ‘슈가맨’ 역시 방송 직후 출연 가수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화제의 중심에 있다.
흘러간 옛 노래를 불렀던 가수를 ‘소환’하는 이 프로그램들은 대중이 간직하고 있는 그때 그 시절의 감정을 들추지만 무조건 ‘추억팔이’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당시 대중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그 가수와 노래의 ‘재발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들은 단 한 곡만 유명한 일명 ‘원히트 원더’에게도 무대를 허락해, 다른 음악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사랑해 이 말밖엔’이라는 노래를 부른 아이돌그룹 ‘이글파이브’ 출신의 가수 리치가 복면가왕에 출연했던 것과 2004년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OST ‘마이 러브(My Love)’로 대중에 알려진 가수 이현섭이 슈가맨에 출연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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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가수를 ‘재소환’해 대중 앞에 선보이는 jtbc 예능프로그램 ‘슈가맨’. jtbc 제공 |
복면가왕이 ‘노래 경연’의 형식을 빌려 옛 가수들을 소환한다면 슈가맨은 반가운 얼굴을 다시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다른 가수가 그때의 곡을 다시 재해석해 부르는 구성으로 다시 한 번 추억을 부각시킨다.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게 편곡한 곡을 다시 부르게 해 신·구세대의 소통을 유도하려는 의도다.
◆‘그 시대 그 감정’ 소환된 ‘K2 김성면’
복면가왕과 슈가맨 출연으로 새롭게 주목받은 대표적인 가수로 피노키오와 K2로 활동했던 가수 김성면이 있다. 1990년대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는 어느 순간 화면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그가 부른 ‘사랑과 우정사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연인에게’ 등의 노래는 여전히 10∼20대 남성들의 노래방 단골 신청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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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사이’ 등의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K2 김성면이 9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K2 김성면은 슈가맨 출연 이후 재조명된 여세를 몰아 19일 부산 KBS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12년 만에 갖는 단독 콘서트다.
8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앞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가수로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회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그 시절을 함께 공유하고, 기억하는 팬들이 있다는 자체에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소속사가 홍보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고, 그 때문인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이 지나서야 주목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얼굴은 익숙지 않을지 몰라도 그의 노래는 귀에 익다. 그는 “드라마 ‘응답하라1997’에서는 남자 주인공인 서인국이 K2의 팬으로 나왔었고 ‘응답하라 1994’에서도 제 음악이 나왔다”며 “그때만 제 노래가 4∼5곡이 연이어 나왔지만 딱히 주목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성면은 “최근 페이스북에 30년 전에 찍은 사진을 올려준 팬이 있었다”며 “제가 슈가맨에 등장하는 순간 저를 아는 팬들과 이제껏 제가 살아온 과정을 아는 분들은 순간 눈물까지 났다고 하더라”며 슈가맨 출연 이후 재조명된 소감을 밝혔다.
과거에서 되돌아온 그는 앞으로 꾸준히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히트곡이 많은데 이렇게 인지도가 없는 가수도 드물 겁니다. 그래서 항상 힘들었어요. 20년이 넘는 경력인데 후배들이 제 얼굴을 모르니까 인사조차 못 받을 땐 참 속이 상하더라고요. 그래도 요즘엔 젊은 친구들이 조금씩 저를 알아봅니다. 새 노래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예능프로에 나가 활발히 활동하고 싶어요.”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