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09 20:48:46
기사수정 2016-03-09 20:48:46
금융권서도 관심 고조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인공지능의 도전이 거세다. 최근 들어 은행과 증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을 뜻하는 로보(Robo)와 자문가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투자자의 성향과 목적자금 등의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투자까지 실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사람이 투자하는 것과 로봇이 투자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유리할까. 전문가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을 인간보다 뛰어날지 모르지만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정보 입력하면 주식·채권 투자 비중 설정
로보어드바이저는 일임형 투자상품이 가장 일반적이다. 투자금을 맡기면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것이다. 자신의 투자성향, 투자자금, 감내할 수 있는 손실 정도, 과거 투자경험, 목표수익률 등을 입력하면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준다.
기자가 실제로 쿼터백투자자문의 시험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해봤다. 위험성향 9단계 중 4단계(단계가 높을수록 위험선호)인 기자에게는 주식, 채권, 상품, 부동산 등 12대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된 해외상장 ETF 포트폴리오가 제시됐다. 여유자금 1000만원을 초기에 투자하고, 매달 20만원 추가 투자 여력, 2년 동안 투자한다는 조건이었으며, 예상 수익률은 7.4%였다.
투자자가 제시된 포트폴리오대로 실행하겠다고 결정하면 일임 계약을 체결한다. 투자금을 계좌에 넣으면 사전에 설정된 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가 이뤄지게 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분기별로 금리, 환율 등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비중을 조정한다.
금융사가 로보어드바이저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운용해주는 랩어카운트 방식도 있다. 고객이 로보어드바이저가 제시한 ETF나 펀드 등에 가입하면 매도·매수, 추가납입 시점을 알려줘 투자결정을 돕는 경우도 있다.
◆뛰어난 정보 분석력… 중요도 판단은 부족
로보어드바이저의 장점은 데이터 분석 능력이다. 투자 무대가 전 세계로 확대된 지금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사람이 많은 정보를 일일이 수집하고 확인해 투자결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애널리스트들이 4, 5일 걸릴 분석을 1, 2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또 운용원칙을 세워놓고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위험에 대비할 수도 있다. 연초 이후 급등락이 반복된 증시 상황에서 ETF를 활용한 쿼터백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의 수익률은 2%대를 유지했다. 박상헌 밸류시스템투자자문 아이로보팀장은 “로보어드바이저는 변동성이 커지는 징조들을 분석해 미래 시장을 본다”며 “급락 예측 가능성은 약 20% 정도인데, 위험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면 채권 비중을 높이는 등의 대응을 하면서 충격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어디까지나 로보어드바이저도 ‘사람이 만드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도 많다. 9·11테러, 중국 증시 급락 등 예상하지 못한 외부 변수가 발생하면 이런 데이터는 사람이 입력해줘야 로보어드바이저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쿼터백 관계자는 “아직은 어떤 데이터의 중요도 우열을 가늠하는 데 사람의 투자노하우가 필요하긴 하다”며 “다만 진화를 하면 각종 변칙적 상황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홍융기 KB자산운용 멀티솔루션본부 상무는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을 두고 사람과 기계 중 누가 승자가 될 것이냐고 말을 하는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를 뛰어넘는 천재는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그보다는 사람의 한계를 극복하고, 의미 있는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컴퓨터 시스템의 도움이 필요한 세상이 됐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