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10 14:09:27
기사수정 2016-03-10 14:09:27
희망은 멀리 뻗지 못했다. 좌측으로 시원하게 날아가던 타구는 워닝트랙(선수가 경기 중 펜스가 가까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위험 경계 지역)에서 잡혔다.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라이트 하우스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 선발 출장한 김현수(28·볼티모어)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21타수째 무안타를 기록했다. 20타수 이상 소화한 선수 중 유일하게 안타가 없는 상황이다.
첫 타석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김현수는 0-3으로 뒤진 2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필라델피아의 선발 투수 알렉 애셔를 맞았다. 2볼-2스트라이크에서 애셔의 바깥쪽 코스에 낮게 들어오는 91마일(약 146㎞)짜리 패스트볼을 제대로 받아쳤지만 좌익수가 뒷걸음질 치며 워닝트랙에서 타구를 잡아냈다. 이후 2-3으로 추격한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도 내야 깊숙한 안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1루수 대린 러프가 백핸드 캐치로 건져내 아웃됐다. 2-6으로 점수 차가 다시 벌어진 7회초엔 바뀐 투수 세베리노 곤살레스와 2볼 2스트라이크까지 승부를 이어갔지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경기 후 벅 쇼월터 감독이 성적 여하에 따라 김현수의 마이너리그행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도 김현수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쇼월터 감독은 볼티모어 지역지 '볼티모어 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현수 기용 여부와 관련해 "만약 (시범경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문제가 있다면 조정을 할 것이다. 잘해야만 그는 계속해서 (북쪽에서) 뛸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구단인 노퍽 타이즈는 방위상으로 볼티모어보다 남단에 위치한다. 쇼월터 감독의 발언은 김현수의 부진이 계속될 때 마이너리그에서 적응할 시간을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현수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타격기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교한 타격을 자랑했던 스타 선수다. 그렇지만 성적 부진과 현지 반응에 위축된다면 현재 슬럼프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희망은 있다. 김현수는 기복이 있을 때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방법을 아는 타자다. 지난 2015 시즌 두산에서 뛸 때도 슬럼프로 시즌 중반 2할대 까지 떨어진 타율을 남들보다 2시간 더 하는 ‘특타 훈련’으로 끌어올린 적이 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절실함이 낳은 쾌거였다. 김현수는 그해 시즌을 3할 2푼대로 마무리하며 프랜차이즈스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같은 날 박병호(미네소타)와 이대호(시애틀)은 각각 멀티히트와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인상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메이저리그 신입생’들의 명암이 이대로 굳어지기 전, ‘타격기계’ 김현수의 절실함이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