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화적 극단 니하이 시어터 '데드 독'으로 첫 내한공연

현대사회 어두운 이면 유쾌하게 풍자
영국 연극계의 신화 니하이 시어터가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뮤지컬 ‘데드 독’으로 처음 한국을 찾는다. LG아트센터 제공
영국 시골학교 교사 마이크 셰퍼드는 한때 연극인을 꿈꿨다. 교단에 섰어도 연극에 대한 갈망은 여전했다. 고향인 콘월에서 연극 워크숍을 열었다. 콘월은 영국 남서부 해안 지역이다. 마을 학생과 농부, 간판제작공, 전기공, 동네 카페 기타리스트 등이 워크숍에 모였다. 이 작은 시작이 1980년 극단 니하이 시어터 창단으로 이어졌다. 창단 당시 직업 배우나 전문 교육을 받은 이는 전혀 없었다. 변변한 공연장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들은 마을 회관, 천막, 절벽 꼭대기, 호숫가, 채석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대를 펼쳤다. 35년이 지난 현재 니하이 시어터는 영국을 넘어 해외를 넘나드는 극단으로 성장했다. 영국 연극계의 신화 니하이 시어터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뮤지컬 ‘데드 독’을 내달 21∼24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2014년 초연한 ‘데드 독’은 영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는 그해 ‘톱 10’ 공연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영국 극작가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바탕으로 한다. ‘거지 오페라’는 1728년 초연했다. 18세기 최고 히트작으로 웨스트엔드 뮤지컬의 기원이 됐다.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 원작이기도 하다. 영국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런던 하층민의 삶을 익살스럽게 묘사해 당시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니하이 시어터는 ‘거지 오페라’를 이야기 기본 구조만 남겨두고 21세기식 감각적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데드 독’은 현대 사회의 어둡고 뒤틀린 이면을 그려내지만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다. 음악은 웨스트엔드 뮤지컬을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하다. 18세기 다성음악부터 포크 발라드, 디스코, 뉴 웨이브, 펑크, 힙합, 스카까지 폭넓게 활용했다. 무대는 기발하다. 살인청부업자, 부패한 정치인과 경찰, 현대판 로빈 후드, 비리 기업가 등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은 원작의 정신을 되살린다.

이야기는 교활한 사업가 피첨으로부터 시작된다. 피첨은 청부살인업자 매키스를 고용해 선량한 시장인 굿맨을 암살한다. 시장이 자신의 검은 뒷거래를 파헤치려 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애완견까지 죽여버린다. 그런데 피첨이 애지중지하는 딸이 청부살인업자 매키스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두 사람은 몰래 결혼한다. 이를 뒤늦게 안 피첨 부부는 매키스를 밀고해 버린다.

연출은 마이크 셰퍼드가 맡았다.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국립극단과 작업한 작가 칼 그로즈가 대본을 썼다. 영국 차세대 지휘자 겸 작곡가 찰스 헤이즐우드도 참여했다. 안무는 매튜 본이 만든 무용단 뉴 어드벤처스의 부예술감독 에타 머핏이 담당했다.

니하이 시어터는 콘월 지역의 색채를 유지하면서 영국 전역을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고전적 이야기 구조에 충실하면서 음악과 인형극을 다양하게 활용해 강렬한 이미지를 빚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창단 이후 ‘분홍신’, ‘주신 바커스’처럼 동화와 신화, 지역 전설에 기반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특수한 공연 장소와 결합한 이야기들은 거친 매력과 생생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새로운 발상을 담은 작품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은 2006년 ‘트리스탄과 이졸드’로 미국에 처음 진출했다. 이듬해 발표한 ‘밀회’는 웨스트엔드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미국 여러 도시를 투어하고 토니상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현재 니하이 시어터는 미국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중국, 중동 등을 투어하는 극단으로 성장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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