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11 10:30:00
기사수정 2016-03-10 20:56:38
통도사의 고장 양산의 두 얼굴
양산은 남동쪽으로는 부산, 북동쪽으로는 울산과 맞닿아 있다. 큰 도시인 부산과 울산에 구경거리와 먹거리가 많다 보니 양산은 아무래도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나마 통도사로 양산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섭섭하다. 고운 최치원 선생도 반한 낙동강의 풍경과 울창하게 우거진 편백나무숲 등은 번잡스러운 도시에서의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화려한 밤 풍경은 양산의 또 다른 매력이다.
◆곳곳에 숨겨진 명소들
삼국시대 신라 때 양산의 지명은 삽량(?良)이었다. 낙동강 하구 넓은 분지에 있다 보니 배를 타고 온 왜구와 낙동강 건너편 가야의 침략이 많은 군사적 요충지였다. ‘피를 마시다’란 의미가 있는 ‘삽(?)’자를 지역명으로 쓸 정도면 당시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양산의 풍경은 옛 지명이 풍기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양산을 여행할 때 필수 코스 중 하나인 통도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 대장경이 있는 법보사찰 해인사, 큰스님이 많이 배출된 승보사찰 송광사와 함께 3대 사찰이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있는 사찰은 여러 곳 있지만 통도사는 신라시대 때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가져온 진신사리 중 부처의 두골사리를 봉안하며 창건했기에 불보사찰로 불린다.
3대 사찰답게 통도사는 입구부터 양쪽으로 펼쳐진 소나무길이 장관을 이룬다. 통도사 입구만 통과했을 뿐인데 마치 외부와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이 풍경이 여행객을 주눅 들게 만들기보다는 아늑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입구에서 소나무길을 따라 20∼30분 걸으면 2주차장이 나오는데, 대웅전을 가려면 시내를 건너야 한다. 시내를 건널 수 있게 아담한 돌다리가 놓여 있다. 이 다리는 삼성반월교다. 건너는 길이 평평하지 않고 반달의 둥그런 면처럼 볼록 솟아있는 이 다리는 밑을 받치는 기둥이 세 개의 아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세 개의 아치는 별 세 개를 뜻한다. 이에 반달 모양의 다리와 별 세 개를 합해 ‘마음 심(心)’을 표현한 다리로 불교의 깨달음을 의미한다.
삼성반월교를 건너 일주문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대웅전이 보인다. 통도사 대웅전은 다른 사찰과 달리 동서남북으로 각각 현판이 걸려 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동쪽엔 대웅전, 서쪽은 대방광전, 남쪽은 금강계단, 북쪽은 적멸보궁이 현판에 쓰여 있다. 대웅전과 대방광전 현판이 걸려 있는 문으로는 일반인들이 출입을 하고, 금강계단 문으로는 스님들이 드나든다.
대웅전에는 다른 법당에서 볼 수 있는 불상이 없다. 진신사리가 봉안된 사리탑이 있기 때문이다. 대웅전에 들어서면 적멸보궁 현판이 있는 북쪽 방향에 창이 뚫려 있어 외부에 있는 사리탑을 볼 수 있다.
날이 풀리면서 양산의 절경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통도사에서 승용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홍룡사의 홍룡폭포다. 절에 도착하면 폭포가 떨어지는 굉음이 들리는데 그 소리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한다. 겨울철에는 수량이 적고, 얼어붙지만 날이 풀리자 절벽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3단으로 이뤄진 홍룡폭포는 수량이 많고, 날이 좋을 때면 무지개를 만든다. 황룡이 폭포가 만든 무지개를 타고 승천했다고 해서 ‘무지개 홍(虹)’자를 써 홍룡(虹龍)폭포로 이름이 붙여졌다. 폭포를 보기 위해 돌계단을 올라가면 폭포와 폭포수가 떨어지는 절벽 아래 있는 관음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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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임경대에서 낙동강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
원동역 인근에 있는 임경대에서는 낙동강의 정취를 담을 수 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이곳의 풍경을 보고 ‘낙동강에 비친 산의 모습이 마치 거울 같다’는 내용의 시를 읊어 임경대(臨鏡臺)로 불린다.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 줄기와 이를 내려다보는 산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일반에 개방한 지 5년밖에 되지 않는 법기수원지도 가족들과 나들이 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부산 일부 지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축조된 곳으로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보니 그동안 개방을 하지 않았다. 30m가 넘는 편백나무 1만여 그루와 히말라야시다가 울창하게 뻗어있는 법기수원지는 그중 일부만 공개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편백나무길과 그 옆으로 히말라야시다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저수지를 조망할 수 있는 나무계단을 오르면 독특한 모양의 소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부채처럼 넓게 펼쳐져 반송들이 심어져 있는데 수령이 130년을 넘는다.
◆밤이 더욱 매력적인 양산읍내
양산은 작은 도시지만 ‘양산타워’에서 보는 전망도 일품이다. 높이 160m로 서울 남산타워(236.7m)와 대구 우방타워(202m) 다음으로 높다. 전망대에서는 양산시내는 물론이고 날이 좋을 땐 부산 낙동강 하굿둑과 울산 울주군까지 보인다. 양산타워는 혐오시설인 쓰레기 소각시설의 굴뚝 외벽에 조성됐다. 밑에서 타워를 올려다보면 가운데 둥근 굴뚝이 우뚝 서있는 것이 보인다. 타워 5층은 북카페, 6층은 전망대가 있는데 입장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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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타워의 야경. 쓰레기 소각시설의 굴뚝을 이용해 조성됐다. |
밤에 양산타워에서 야경을 보면 다리 하나가 눈에 띈다. 다양한 색의 조명이 화려하게 밝혀진 양산천 구름다리다. 양산종합운동장에서 춘추공원을 연결하는 길이 257m, 너비 3m의 이 다리는 백조 두 마리가 마주보며 물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시각화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학다리’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양산천은 신라와 가야의 경계였는데 사랑에 빠진 신라 총각과 가야 처녀가 있었다. 어느 날 홍수로 나무다리가 떠내려가자 총각이 처녀를 보기 위해 강을 건너다 휩쓸려 떠내려갔고, 처녀도 총각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이후 이들은 학이 돼 영원히 함께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학다리’에는 ‘사랑의 자물쇠’를 채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양산=글·사진 이귀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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