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 영부인, 오스만제국 후궁 양성소 ‘하렘’ 찬양 논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부인이 오스만 제국 술탄(Sultan)의 후궁 양성소 역할을 했던 하렘(Harem)를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찬양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BBC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부인 에미네 여사는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개최된 ‘오스만 제국 술탄’ 관련 공식행사에서 연설하는 도중 “하렘은 오스만 왕족을 위한 학교였으며, 여성의 삶을 준비시키는 기관”이라고 밝혔다. 또 “오스만 제국 600년 역사에서 하렘 여성의 발자취는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은 무엇보다도 어머니"라고 말해 이스탄불에서 항의 시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렘은 술탄의 여자들이 살던 궁전에서 가장 은밀한 곳이다. 수백 명의 첩을 비롯해 왕의 여자형제들과 하인, 내시들이 살았다. 오스만 제국을 통치했던 술탄들은 이스탄불 톱카프 궁전에 하렘을 두었다.

하렘에 있는 왕의 첩들이 글과 장식예술 및 음악 등 좋은 교육과 좋은 음식 대접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들이 모두 왕의 수청을 든 것은 아니지만, 하렘에 한번 들어가게 되면 자유롭게 떠날 수없었다. 술탄의 권력을 보여주는 하렘은 많은 여성들이 노예로 사는 등 여성을 대하는 방식 때문에 비판을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에미네 여사의 하렘 찬양 발언이 보도된 이후 트위터에는 비판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GazeXX란 아이디 사용자는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하렘이 학교인 것은 아니며, 이런 생각은 정말 어이없다”며 “술탄의 하렘에는 약 400명의 첩들이 있었을 뿐”이라고 트위터에서 비판했다.

anlamXX란 아이디는 “오스만 제국에서 하렘이 학문적 기관이라면, 그곳에서 일했던 남성들은 왜 거세됐는가?”라고 반문했다.

kizmoXXX란 아이디는 “하렘을 언급한 이들은(영부인) 자신의 딸들을 미국 대학이 아니면 보내지 않는다”며 에르도안 대통령 딸들이 모두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공부한 사실을 지적했다.

반면 에미네 여사를 두둔한 이들도 일부 있었다. 친정부 여성 언론인인 세렌 케나르는 "하렘의 여성들은 단지 성욕의 대상이었다는 것은 유럽 학자들의 그릇된 인식이며, 하렘이 교육 시설이었다는 에미네 여사의 인식이 정확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heissenXX란 아이디의 남성은 “역사가 입장에서 볼 때, 에미네 여사의 ‘하렘’ 발언이 모욕적인 것은 아니다”며 “이런 논쟁은 더 중요한 이슈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오스만 제국이 몰락한 후 '아타튀르크'(Atatürk·터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1881~1938)은 세속적 원칙 위에 근대국가 터키를 세웠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과 부인은 옛 오스만 제국이 추구한 이슬람 원칙과 가치에 강한 애착을 나타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지 않다”고 말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가하면 에미네 여사는 이슬람 여성 신도가 머리에 쓰는 히잡을 항상 착용하고 있다.

터키의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성 권리를 축소시킬 수 있는 엄격한 이슬람주의를 도입하려는 에르도안 정부의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여성들에게 최소 3명의 아이들을 출산하라고 촉구하면서, 산아제한을 하는 이들을 '반역죄'(treason)를 범하는 사람들로 매도하기도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