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talk] 출범 요란했던 '청년희망펀드' 희망 사라지나

이달 연이틀간 가입건수'0' 지난해 9∼11월 은행권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청년희망펀드에 연예인 등 유명 인사가 가입했다는 보도자료가 쏟아졌습니다. 유명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는 한동안 붐을 일으켰습니다. 재계도 줄줄이 참여하며 순식간에 1300억원이 넘는 돈이 모였습니다. 작년 말에는 이 돈을 운영할 청년희망재단이 문을 열었고, 사업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청와대 본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뒤 참모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신청서에 1호 기부자로 서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일시금 2000만원과 매월 월급의 20%를 기부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제공
그토록 뜨거웠던 희망펀드 열기는 이제 싸늘히 식고 말았습니다. 전국은행연합회 자료를 보면 지난 7일 누적 계좌는 9만3001건으로 전날보다 1건 늘어나는 데 그쳤고, 8일과 9일 이틀 동안에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일일 가입건수가 0건을 기록한 것은 청년희망펀드 가입 개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모금을 시작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청년희망펀드가 국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청년희망재단 홈페이지(yhf.kr)에 들어가 보면 청년희망펀드가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멘토링 코너에는 총 3건의 멘토링 공지가 나와 있는데 가장 최근 마감된 것이 오는 19일 열리는 ‘청년! 희망콘서트’입니다. 취업 준비에 지쳐있는 대한민국 청년을 응원하기 위해 열리는 행사라는 설명이 돼 있는데 가수 3명이 나와서 노래하는 것이 어떤 응원이 될지, 청년에게 희망을 준다는 사업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행사인지 의문입니다. 재단은 올해 사업에 199억여원을 쓰기로 했는데 남은 모금액 1100여억원의 용도는 오리무중입니다. 모금을 주도한 박근혜정부의 임기는 2년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다음 정부로 사업이 연속성 있게 진행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모금액 활용의 청사진이 없으니 더는 돈이 모이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현태 경제부 기자
청년희망펀드는 ‘펀드’라는 말이 붙었지만 가입자가 수익을 받을 수 없는 기부입니다. 기부자들이 바라는 수익이 있다면 양질의 청년일자리가 충분한 사회일 것입니다. ‘청년절망시대’를 끝낼 수 있는 모금액 사용계획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오현태 경제부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