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드는 전기료 인하론

지난해 무려 13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한전의 전기료 마진율이 무려 25%에 달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기료 인하론이 고개들고 있다.

14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한전의 지난해 전기 소매가격, 즉 판매단가는 kWh당 111.57원으로 전년 111.28원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반면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한 도매가격인 정산단가는 kWh당 84.05원으로 전년 90.53원에 비해 7.2%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전력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2001년부터 한전 발전 부문을 경쟁 구조로 분할했다. 이를 통해 6개 한전 발전회사와 민간발전회사, 구역전기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하고, 한전은 전력거래소에서 이를 구입, 송배전망을 통해 일반고객에게 판매하는 체제다. 이러한 시장에서 국내 유일 전력사업자인 한전이 도매 가격 84원꼴로 사들인 전기를 산업계나 일반 가정에 평균 112원꼴로 팔았다는 얘기다. 마진율을 계산하면 무려 25%에 달한다. 이는 2007년 27% 이후 가장 높은 규모다. 높은 마진율에 걸맞게 한전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상태다. 전년에 비해 무려 96.1% 늘어난 11조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전이 이처럼 천문학적 수익을 거둔건 수년동안 지속적으로 전기료를 상승시켜온데다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으로 연료비까지 격감한 덕분이다. 한전은 “원가에도 못 미친다”는 이유로 2007년부터 10여차례 정도 전기료를 인상, 전기료 원가 보상률이 이미 100%를 넘긴 상태다. 여기에다 지난해 한전 유류 구입 원료비는 전년대비 26.4%, 대략 5조원 정도가 줄어들었다. 덕분에 지난해 한전 영업이익률은 19.2%라는 기록을 세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뜩이나 누진제 등으로 전기료에 일반의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전기료 인하론이 다시 불 지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한전이나 정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조환익 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전기요금 인하는 교각살우(뿔 바로잡자고 소를 죽이는 격)다. 전기요금이 1~2% 내려간다고 해서 그게 국민효용 가치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일축했다. 실제 한전은 실적 어려울 때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한다. 또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전기료가 저렴한 편이어서 전력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전기료 인하는 불가하다는게 한전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합리한 민간발전사에 대한 가격 보상체제와 전기료 누진제 개편은 검토되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에 전기를 파는 민간발전사는 한전 구입 도매가격 하락으로 최근 영업손실을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상을 현실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