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14 20:26:54
기사수정 2016-03-14 20:26:54
차별보다 ‘이중잣대’가 더 아픈 이주노동자
가나에서 온 이주노동자 A(28)씨는 회사에서 갖은 욕설과 폭력에 시달렸다. A씨는 차별보다 한국인의 이중잣대에 마음이 더 아팠다. 그는 “주말에 쉴 때 한국사람을 만나면 일부러 미국에서 왔다고 했어요. 그러면 영어 배우고 싶다면서 친절하게 대해 줬어요”라고 털어놨다.
다문화가정과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편견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연령층과 저소득층일수록 다문화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여성가족부는 14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한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서 다문화지수는 100점 만점에 53.95점으로 2011년 조사(51.17점)보다 2.78점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문화개방성, 고정관념·차별, 세계시민행동 등 8개 구성요소별 점수를 종합해 산출한다. 설문조사에는 성인 4000명과 청소년 3640명이 응답했다.
연령대별 수용성지수를 보면 청소년은 67.63점으로 가장 수용성이 높았다. 이어 20대 57.5점, 30대 56.75점, 40대 54.42점, 50대 51.47점, 60대 이상 48.77점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다문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다문화교육을 지속해서 받거나 관련 활동에 참여한 경우 수용성지수가 높았다. 이주민이나 외국인과 접촉이 많고 해외거주 경험이 있는 경우 다문화에 긍정적이었다.
학력과 소득도 다문화 수용성과 비례했다. 고졸 이하, 월소득 200만원 미만 조사대상에서는 수용성지수가 평균보다 낮았다. 단순노무(51.22점), 농림어업(51.83점) 등 이주민이 다수 진출한 업종의 종사자도 다문화에 부정적이었다. 취업경쟁 등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문화수용성지수를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높았다. 2010∼2014년 59개국이 참여한 6차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에 따르면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31.8%로 미국(13.7%)과 호주(10.6%)보다 약 2.5배, 스웨덴(3.5%)보다는 10배가 많았다. 다른 인종에 대한 수용성 항목에서도 51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다문화 이해교육과 활동 경험, 교류 여부 등이 수용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교육을 확대하고 많은 사람이 다문화가족과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