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비만 늘고 여성은 다리 길어져

한국인 인체지수조사

우리나라 국민의 키가 커지고, 특히 여성의 다리 길이가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길어지는 등 서구형 체형으로 변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이상 성인 남성 절반가량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14일 동서울대학교 등이 지난해 실시한 ‘제7차 한국인 인체지수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동서울대 등은 지난해 6월부터 5개월간 전국 5개 권역에서 16~69세 한국인 남녀 6413명을 대상으로 인체 치수 133개 항목을 조사했다. 한국인 인체지수 조사는 1979년 처음 시행된 뒤 5∼7년 주기로 진행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15년 20대 남성의 평균키는 173.9㎝, 여자는 160.9㎝였으며, 30대 평균키는 남자 173.1㎝, 여자 160.2㎝였다. 1979년 이후 전체 연령대에서 남자는 5∼7.6㎝, 여자는 3.7∼6.5㎝가량 평균 키가 커졌다. 특히 남녀 모두 30대 전반(30∼34세)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며 남자는 약 7.6㎝, 여성은 6.5㎝가 커졌다.

특히 여성은 다리 길이(바닥에서 양쪽 넓적다리 사이 부위의 길이)가 20대 이상 전 연령대에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키에서 다리 길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4세의 경우 2004년 0.452에서 2015년 0.460으로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은 40~49세(0.444→0.451), 50~59세(0.443→0.452) 등 성인 여성 전반에서 두드러졌다. 반면 남성의 다리 길이에는 최근 큰 변화가 없었다.

30대 이상 남성에게서는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체형이 증가했다. 비만화는 1979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35~39세 비만율이 52%로 가장 높았고 40~49세(49%), 50~59세(48%), 30~34세(47%) 등의 연령대가 뒤를 이었다. 여성의 비만율은 18세(20%), 19세(14%) 등 10대 후반에서 다소 높아지다가 20대에 급격히 떨어졌다. 20~24세와 25~29세의 비만율은 각각 6%와 7%에 그쳤다. 그러다가 35세 이후 다시 수치가 올라 60~69세(46%)에 정점을 찍었다.

국표원은 올해부터 연령대별 보폭 길이, 관절 각도, 발 압력 등을 입체 형상으로 측정하는 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폐쇄회로(CC)TV 등이 수사에 활용되면서, 이 같은 정보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표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보행자의 유형을 다양하게 측정해 범죄 수사를 지원할 방침이다.

엄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