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3-21 20:46:05
기사수정 2016-03-21 20:46:05
24일 ‘세계 결핵의 날’
의료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게 발병하는 질병이 ‘결핵’이다. 흔히 적절한 인프라나 의료 서비스가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생긴다고 여겨지는 결핵은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5 세계 결핵 현황’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만이 발생률, 사망률, 유병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24일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결핵을 예방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결핵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질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높은 세균성 감염병이다. 기침, 재채기, 대화 중 공기 등을 통해 결핵균에 감염될 수 있다.
초기 결핵은 대부분 증상이 없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증상이 나타난다. 기침과 가래, 열, 식욕 감소 등이 나타나며 발병 부위에 따라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치료 후에는 만성 호흡곤란과 같은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주관으로 매년 3월24일을 결핵 예방의 날로 정했다.
보건복지부는 ‘결핵 제로(ZERO) 캠페인’ 등 행사를 열 예정이며, 대한결핵협회에서도 한국얀센과 함께 ‘Lung Tree Care’ 캠페인을 펼치는 등 다양한 기관과 단체에서 결핵 예방과 결핵에 대한 인식 향상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결핵 발생률은 2014년 기준 10만명당 86명으로 전년 대비 11.3% 감소했지만, 같은 기준 3.1명인 미국과 비교해 약 30배 정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결핵과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치료제 복용만 잘하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기도 하다. 하지만 치료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해 다제내성 결핵(약제 내성 결핵)으로 발전하면 문제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다제내성 결핵 환자 수는 2011년 기준 약 1800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매년 800∼900여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중이다.
다제내성 결핵은 치료 기간이 2년 정도로 길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력이 있어 중증 질환으로 분류된다.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위험이 크고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는 20∼59세 환자의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다. 다제내성 결핵 치료에 따른 약제의 개수가 많고, 구토, 복통, 위장장애 등 부작용도 있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거나 내성이 생긴 약제가 늘어나면 완치가 힘들다.
최근 기존 결핵약과는 다른 새로운 기전의 다제내성 결핵 시약이 허가돼 결핵 환자 치료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애초 이 약을 환자부담금 5%에 복용할 수 있도록 보험급여 및 지원이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보험급여를 적용받은 지 8∼9개월 만에 최소 10%가량의 삭감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늘어난 약값 부담으로 복용을 중단하면 또다시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완벽한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승헌 교수는 “다제내성 결핵은 치료제가 많지 않아 약제 내성으로 인한 확산 위험이 커 보건당국의 노력은 물론 꾸준한 약 복용 등 환자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폐결핵을 앓았던 환자가 폐기능 저하 및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중앙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인원, 정재우 교수팀은 과거 폐결핵력 유무가 현재 폐기능 결과 및 호흡기 증상 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국제학술지(SCI-E) ‘PLoS One’ 저널에 게재했다고 21일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40세 이상 남녀 1만4967명 가운데 평균 29년 전에 폐결핵 진단을 받은 822명을 분석한 결과 과거 폐결핵력이 없는 사람이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린 확률은 12.3%에 불과한 반면 과거 결핵 치료 전력이 있던 사람 중에는 29.1%가 만성폐쇄성폐질환에 해당한다. 폐결핵 환자 3명 중 1명은 만성폐쇄성폐질환 발병 위험이 있다는 의미이다.
또 과거 폐결핵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도 흉부 엑스레이상 흔적이 있다면 흔적이 없는 사람에 비해 만성폐쇄성폐질환 발생률이 2.3배 높았다. 과거 폐결핵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기침이나 호흡기 증상으로 인한 활동의 제한이 많아 삶의 질 또한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우 교수는 “폐결핵력이 있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조기진단을 위하여 정기적인 폐기능 검사를 시행하고,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폐기능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폐쇄성폐질환 발생의 제일 중요한 인자가 흡연인데 결핵력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폐결핵을 앓은 자들 중에서도 특히 본인이 흉부 엑스레이상 흔적이 남아 있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